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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Mar 26. 2024

내 인생의 첫 마라톤!!

불스마라톤 10km 참가기

2024.3.23토요일

드디어 불스마라톤 대회날이다.

아침부터 여의도 공원에는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인파로 북적북적했다.

낮부터 날씨가 풀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어제까지 비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3월 하순의 아침기운은

차디 찼다. 신호를 기다리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의 패션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색색깔의 러닝화, 러닝양말, 이 추운 날 반바지에 반팔.. 심지어 나시티를 입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나름 얇게 입는다고 입었는데 긴 레깅스에 긴팔에 민망할까 봐 하나 더 덜 친 반바지까지.. 딱 봐도

뛰다가 더위에 지칠 복장이라는 걸 여의도 광장에 와서 깨달았다.



어쨌든 두근두근!  마라톤 행사장의 신나는 음악소리와 인파를 보니  너무너무 설레었다.

마라톤 행사장에 각 회사별로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고 나는 남편의 회사부스에 가서 열심히 인사를 했다.


"오우 제수씨 진짜 10km 뛰는 거예요? 이야.. 너무 멋있는데?"


남편 회사 상사들의 인사치레가 쏟아졌다.

완주가 목표기 때문에 별로 멋있을 것도 없는데, 부부가 10km 대회에 참가하는 팀은 우리 밖에 없는 것 같아서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축하 공연을 보면서 슬슬 몸을 푸니 10km 대회 출발 시간이 다가왔다.

남편과 맨 앞줄에 서서 조금씩 제자리 뛰기를 했다.



"출발  1분 남았습니다!! "

워치를 달리기 모드에 맞추고 몸과 마음의 출발 준비를 모두 마쳤다.

"땅!"

여유롭게 출발하려던 나의 계획이 우습다는 듯..

출발신호와 함께 갑자기 내 뒤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100미터 달리기 하는 속도로 무섭게 뛰어 나갔다.

마라톤이었기 때문에 평상시 내가 뛰는 속도로 뛰면 되겠지 생각했었는데

준 프로급의 사람들도 같이 섞여서 뛴다는 걸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마치 전쟁영화에서 사람들이 최고속도로 적군을 피해 피신하는 듯한 속도여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더 문제는 남편도 덩달아 그 속도로 같이 뛰고 있다는 것이다.

어~~ 저 속도로 뛰는 사람이 아닌데..

"자기야 다쳐 천천히 가~~"

 외치고 싶었지만 이미 남편은 인파 속에 묻혀서 보이지도 않는다.

갑자기 힘이 난 건지, 놀라서 같이 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따라잡을 수도 없고 그 속도로 같이 뛰었다가는 500미터도 못 가서 퍼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바로 속도를 늦췄다. (나중에 들어보니 남편도 바로 근육 경련이 와서 속도를 늦췄다고 한다.)

약 1 km 정도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제치고 뛰어갔다.

초보러너 치고는 잘 뛴다는 남편의 칭찬은 나를 뛰게 하기 위한 사탕발림이었구나.

세상엔 잘 뛰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저절로 겸손해지는 시간들이었다.




제일 힘든 3km 구간을 넘기고 나니 숨 쉬는 것도 편하고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봄날씨답게 햇살도 따뜻하고 바람도 살랑살랑 적당히 불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서 나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뛰고 있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멋져 보였다.


저기 앞에 다시 남편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내 남편도 자기 페이스를 찾아서 지친 기색 없이 뛰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우르르 몰려나갔던 사람들은 절반 이상은 줄어들었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벌써 반환점을 돌아온 선두팀들이 여유롭게 파이팅을 외치며 지나간다.

나도 같이 손을 들어 보이며 에너지를 얻었다. 곧이어 남편도 반환점을 돌아 내 옆을 지나갔다.







5km 반환점을 돌아 열심히 뛰다보니 다시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어깨도 아프고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정확히 7km 지점이다. 마의 구간.

이 구간부턴 숨 쉬는 것에만 집중하면 다리는 그냥 알아서 따라온다.

"슈슈 하하 슈슈 하하"

발걸음과 템포를 맞춰서 열심히 호흡을 하고 있으니 피니쉬 라인이 보인다.

남편이 저기서 손을 흔들며 달려와선 계속 영상을 찍어준다.

갑자기 힘이 솟아 피니쉬 라인까지 마구 뛰어갔다.



1시간 3분!!

그다지 빠른 편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최고 기록이다.

정말로 정말로 기분이 너무 좋았다. 기록을 경신한 것도 좋았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뛰어서 완주를 했다는 것도 너무 즐거웠고

마라톤 후 남편 회사 사람들과 수육에 막걸리를 마시는 맛도 정말 끝내줬다.


이 맛에 뛰는거지 ㅎㅎ




또 뛰어야지!

또 뛰어서 이 기쁨을 다시 만끽하리라!

내 주위에 펼쳐져 있는 기쁨과 행복을 계속 찾아가면서 적극적으로 행복하리라!

그리고 오늘을 사랑하리라!



https://youtube.com/shorts/LG1Zto1vxFc?si=-5CQkcDmzYdM47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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