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버라이어티: 30시간

우리 가족의 첫 장이 열리다

by 피글레미안





시작된 진통

새해를 앞두고, 진통이 시작됐다.
아, 드디어구나.

출산 전 마지막 식사라니, 뭔가 근사한 걸 먹을 줄 알았다.
스테이크? 초밥?
하지만 머릿속을 떠오른 건 의외로 한솥 ‘도련님 도시락’.
역시 힘들 땐 학창시절 입맛으로 돌아가는 건가 보다.

신랑은 한창 회사에서 일을 하는 중이고, 나는 집에서 진통을 조금씩 느끼며 출산 가방을 챙겼다.
곧 집으로 돌아올 땐 둘이 아니라 셋이겠지.

어머... 이런게 진통이구나.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진통은 6시가 되자 본격적으로 몰려왔다.
발을 동동 구르며 참다 참다, 결국 자정이 되어서야 응급실에 도착했다.







버라이어티 한 출산 대기실

출산 대기실에 들어갔지만, 자궁은 열릴 생각이 없었다.
12시간, 20시간…
출산 대기실은 그야말로 리얼 버라이어티였다.

진통을 참다참다 제왕절개를 결정하는 산모
나 죽겠다며 괴성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는 산모
“그렇게 소리지르면, 아기 힘들어요!!” 하는 의사 선생님의 호통
옆 수술실에서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만 반복 재생됐다.

아니, 나는 언제…


출산실에는 산모를 위한 뉴에이지 음악이 흘렀다.
그 음악을 하루 종일 반복해서 들은 신랑은 지금도 비슷한 음악만 나오면 트라우마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하루가 넘게 이어진 진통에 신랑도 덩달아 힘들었다.






30시간의 사투

진통 시작 30시간이 지나자,
나와 아이의 심박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연 분만 못 하면 제왕절개 들어갑니다.”

서른 시간을 버텼는데 제왕절개라니.
산소 호흡기를 단 채 마지막 힘을 짜냈다.
그리고—

드디어.
험난한 30시간 끝에 우리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주름 가득한 얼굴로 첫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의 체온을 느끼도록, 아기를 아빠 품에 올려주었다.
눈도 뜨지 않은 채 고개를 돌리더니…
덥석. 아빠의 빈 젖가슴을 열정적으로 물었다.
순간, 모두 웃음이 터졌다.






드라마 같은 출산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나 싶었는데…
사실은 프롤로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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