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야 비로소 좋아하게 된다

by 마디


나는 싫음을 자주 자책한다. 싫음은 자꾸만 나를 떠나게 한다. 그런데 멀리멀리 떠나온 곳을 둘러보니 좋아하는 것들이 보인다. 그 중엔 종종 싫어했지만 좋아하게 된 것도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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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싫어함을 횡단하다 좋아함을 발견한 적이 있다. 황무지 같은 길에서 발견한 좋아함은 어디에서보다 더 극적이었다. 횡단을 계속할수록 싫어함에서 멀어졌다. 그 길에선 이해하기와 괜찮아지기와 잊어버리기를 만났다. 길의 끝에 다다를 즈음 싫어함은 점점 희미해졌다. 싫어함은 더이상 힘을 잃은 것이다. 멀고 먼 횡단의 끝을 직감했다. (그러나 횡단은 언젠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횡단의 끝엔 용기가 있었다. 싫어함을 다시 만나게 될지라도 시작할 수 있는 용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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