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은 괴로운 마음에서 아주 잘 자라나. 이상하지.
나는 꽤 오랫동안 비옥한 토양을 갖고 살아왔어.
가능하다면 생각을 하지 않고 사는 쪽이 더 좋지 않을까 싶어. 훨씬 더 단순하게 살 수 있을테니까. 생각을 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곤 해. 그치만 생각이 훨씬 많은 사람들도 어디에선가 악착같이 살고 있겠지? 내가 가진 깊이는 아무것도 아닐만큼.
나여서 다행이다 싶은 순간이 있어? 얼마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내가 그 사람의 말을 미주알고주알 다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게 문득 감사한 거야. 나와 너를 다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눈빛이 있다는 게. 혼자 있으면 쉽게 잊어버리는 감각을 그들과 있으면 생생하게 느낄수가 있어. 그 사람의 말이 내 머릿속에서, 입에서 맴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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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시간은 여전히 무거워. 생각이 많아서 하지 못한 일들이 있거든. 움직이려고 하면 생각은 금세 단단한 철갑옷을 갖춰입고 내 앞을 가로막아. 아주 가끔, 그들보다 재빠른 행동이 나를 구해줄 때가 있는데, 그게 그렇게 고마워. 행동은 생각이 아무런 힘도 쓸 수 없게 하거든.
생각이 행동하게 만드는 게 있을까? 골몰하던 중 한 가지가 떠올랐어. 바로 쓰는 거야. 나의 쓰기는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을 꺼내는 과정에서 완성되거든. 머리가 하는 말을 손이 내뱉는 거야. 그렇게 둘은 때때로 화합하기도, 화해하기도 해. 결국 나는 나와 끊임없이 화해하고 있는 건가 봐. 계속해서 친해지려고 하고. 살면서 이렇게까지 악착같이 다가가 본 사람이 있나 싶어. 친해지려고 하면 자꾸 멀어지고, 친해졌다 싶어 안심할 쯤 다시금 어려워지는데도.
너무 쉽게만 가면 재미없다고 하잖아. 하루하루 뭔가를 생각하고 적고 행하면 조금 더 가까워 질 수도 있을 거라고, 모여서 의미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믿어. 오늘 이 글을 쓰면서도 조금은 더 가까워 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