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글감

by 마디


오전 10시. 일찌감치 나와 글을 쓴다. 이 시간에 침대 바깥에 있는 건 오랜만이다. 근무 날은 자꾸만 누워있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오늘만큼은 고집스러운 몸을 일으켜 카페에 왔다.

쉬는 날엔 하루가 온전히 나로 인해 돌아간다는 부담감에 눈이 번쩍 떠진다. 그치만 출근하는 날엔 어차피 뭐라도 하게 될 거란 생각에 너그러워진다. 얼마든지 쉬어도 된다고. 매일 가기 싫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일을 한다는 사실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것 같다. 늦장 좀 부려도 된단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될 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호기롭게 퇴사를 결심한 후, 무한한 믿음을 가지고 버티면 어떻게든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내게 맞는 해결책이 아니었다. 온전하게 주어진 자유는 양날의 검이 되어 나를 찔렀다.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해방감의 반대편엔 보장된 성과가 없다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 것에 몰입하고 확신을 가지면 그 불안을 이길 수 있다지만 그건 내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확신보다 더 강하고 잦은 불안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불안은 원체 생각이 많은 나를 숙주 삼아 취약하게 만들어버린다.


불안을 온몸으로 맞으며 깨달은 가장 큰 가치는 바로 나를 다루는 방법을 알아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나는 생각보다 훨씬 짧은 인내심의 소유자였다. 하루 종일 하고 싶은 것만 해도 불안하고, 즐겁지 않은 노동만 계속해도 불안해졌다. 채찍과 당근이 공존해야만 비로소 성취감을 느끼고 즐거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고정수입이 되는 일과 쓰기를 함께 하고 있다.


출근하면 무한대로 빠져드는 생각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 일할 땐 온전히 일에만 집중하고,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엔 주어진 시간 동안 어떻게든 한 편의 글을 만들어낸다. 시간이 한정적이니 오히려 더 집약적으로 파고들게 된다. 불안은 어차피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불안감이 닥쳐와도 일단 쓴다. 별수 없이 그 날의 글감이 "불안"이 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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