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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Sep 18. 2024

불안 하다면 통제할 수 없는 건 인정하기

통제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별하기

가끔 샌프란시스코를 올라가다 보면 깊은 안개를 만날 때가 있다. 정말 1-2미터 앞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안개등을 켜고 기어가듯이 운전을 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모호함이 주는 불안감이 나를 주눅들게 한다. 이런 안개는 운전중 불청객이다. 하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내가 안개를 사라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이런 안개 같은 불안을 만난다. 앞이 보이지 않고 막막해 한치 앞을 나아가기가 두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안개를 해치고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막상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불안도 실체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람들마다 불안을 유발하는 것들이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죽음을 누군가는 실패나 실수를 누군가는 버림받음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  그래서 반경 1-2미터밖에 보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충분히 만끽하지 못하거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 불안을 제대로 직면해 본적이 없거나 혹은 직면하는 것이 너무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불안과 염려는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의 일이거나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죽음도, 질병도,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도, 실패하지 않는 것도 나 혼자만 잘해서는 되지 않는 것이고 먼 미래의 이야기이다. 즉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 통제하지 못하는 영역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발버둥은 어찌 보면 가장 어리석은 것이다. 오히려 불안으로 인해 발전적이고 건강한 방법을 택하기보다는 나의 불안을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선택을 하기가 쉽다. 그렇게 불안을 외면하면 할수록 불안은 점점 커지게 된다. 그리고 나를 옥죄는 공포로 다가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나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무척 높은 편이다. 그래서 물공포증과 고소공포증이 심하다. 환경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안정적인 것을 선호한다. 새로운 도전이나 모험은 나의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하는 것이기에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내가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선 불안감이 훨씬 증폭되었다. 내 생명보다 더 소중한 내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과 책임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아이들을 두고 나와 남편이 먼저 죽으면 어떡하지? 혹은 이 아이가 큰 병이나 혹 사고로 죽으면 어떡하나? 꽤 불안해하며 전전긍긍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걱정을 내려놓았다. 왜냐하면 그런 나의 걱정스러운 마음과 불안한 마음으로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지켜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하루종일 일도 가지 않고 집에서 아이들만 쳐다볼 수도 없는 일이고, 아이들이 병에 걸릴까 봐 온 집안을 무균실처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총기사고가 나고 범죄가 일어나는 것이 두려워 아이들을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싸고 돌 수도 없는 일인 것이다. 내 불안으로 인한 아이들을 향한 염려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표현하면 할수록 아이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불안한 부모가 불안한 아이를 만드는 꼴이 되어 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것만큼 어리석은 선택은 없었다.  나는 내 불안의 실체를 마주하고 불안을 다스리기로 했다. 나의 불안은 잡을 수 없는 안개 같은 것이었다. 아직 닥치지 않은 현실이었고 일어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희박한 것들 뿐이었다. 즉 나를 두렵게 하긴 했지만 실상은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었다. 손에 잡을 수도 없는 것을 잡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을 멈추었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잡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함께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좋은 본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떠나야 하는 시간이 온다면 아이들이 좋은 어른의 삶을 기억할 수 있도록 성장하고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부모가 없어도 아이들 내면에 좋은 인생의 가이드가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가르쳐주는 것뿐이었다. 나와 함께한 즐거운 추억들로 나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워가다 보니 실상 내가 염려하던 일들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칫 염려, 불안, 걱정, 근심으로 채워질 뻔했던 우리의 일상은 오히려 웃음과 감사, 편안함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워가자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걱정도 오히려 사라져 갔다. 불안이 높은  사람일수록 아직 오지도 않은 먼 미래에 내 마음이 가 있을때가 많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오늘 하루, 지금, 현재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잠재력을 절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 사랑하기를 포기한다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의미와 재미를 모르고 살게 된다.

죽는 것이 두려워 건강만 염려하고 산다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것이다.


불안을 잘 다스리기 위해선 자신이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실제를 직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실체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안개처럼 통제할 수 없는 것인지 분별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래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나의 초점을 바꾸어야 한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어나기 희박한 나쁜 일에 연연해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두고 하루하루 쌓아가야 한다. 그것이 잡히지도 않는 불안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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