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유난히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예민하다. 그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유난히 발달했거나 예민하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불안이 높은 사람들중에 집에 있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레이더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예민함때문에 실패나 실수가 두렵고 또 지나치게 남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피게 된다. 그리고 뭔가 타인의 평가나 시선이 부정적이다는 것을 파악하면 그때부터 불안은 급속도로 증폭된다. 따라서 불안이 높은 사람들이야말로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그 누구보다 필요하고 그것은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자존심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아니 아예 반대의 성향이라고 보는 것이 낫다. 자존심이야 말로 타인의 평가와 시선으로 만들어지는 자신의 프라이드이지만, 자존감은 스스로가 자신을 믿고 다스리는 능력을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 자존심은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이고 자존감은 자신의 약점과 단점을 모두 인정한 상태이자 자신의 성장과 능력을 믿는 것이다. 자존심은 외부에 의해 평가되는 나이지만, 자존감은 내적 만족감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건강한 자존감을 만들기 위해선 외부의 시선보다는 자신을 오히려 더 많이 관찰하고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 즉 건강한 자아상이 든든히 형성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어린 시절의 양육환경이 중요하다. 개인의 자아상은 부모가 비춰주는 대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자아상이'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고 소중한 사람이다. 즉 나는 썩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긍정적인 자아상이 건강한 자존감의 토대가 될 때가 많다. 때로 실수하고 실패해도 나를 믿어준 누군가가 있었고 그로 인해 다시 일어나 성공하거나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쌓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믿게 된다.
그렇다면 나처럼 어린 시절 사랑받고 인정받지 못해 건강한 자아상은 가지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도 자존감은 후천적으로도 얼마든지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 그 방법은 바로 스스로가 정한 약속을 지키는 성취감으로 만들어진다. 즉 자신이 결정하고 결심한 것을 이루어내는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존감을 쑥쑥 성장한다.
따라서 너무가 거대한 목표와 원대한 꿈을 가진 사람은 오히려 스스로에게 실망하기 쉽다. 예를 들어 '나는 대통령이 될 거야 혹은 재벌이 될 거야! 인기가수가 될 거야!' 하는 목표 같은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실력과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실패와 좌절을 자주 맛보게 되고 오히려 자신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자존감을 키우고 싶다면 자신이 성취가능한 작은 목표를 꾸준히 이루어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가수를 꿈을 꾸고 있다면 '하루에 노래 연습을 얼마이상 하겠다. 혹은 일 년 안에 기타를 마스터하겠다'라는 것이 적절한 목표가 된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한 결심을 지켰을 때 느끼는 뿌듯함을 계속 만들어 가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게 1에서부터 100까지 차근차근 올라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사회성 불안장애가 있었다. 학교에서 반이 바뀌면 말을 하지 않고 몇 개월을 보냈고 스스로 손을 들어 책을 읽어본 적도 없다. 학교에서 발표를 할라치면 머리는 금세 하얘지고 손은 벌벌 떨렸다. 이랬던 내가 지금은 강연도 하고 세미나도 한다. 여전히 자발적으로 나서서 말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디에서나 해야 할 말은 하고 한국어든 영어이든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더 이상 공포스럽게 느끼지 않는다. 그건 나의 불안이 성장하면서 좋아진 것도 있지만 반복적인 훈련을 통한 결과이기도 하다.
학급에서 일어서서 발표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내가 달라진 계기는 주일학교 선생님이 되고부터였다. 고등학교 시절 나보다 더 유치원, 초등학생 어린아이들 5-6명을 앉혀놓고 성경공부고 가르치고 찬양도 가르쳤다. 아이들이 어렸고 천진난만한 그들의 모습에 나는 아이들 앞에서 말하고 노래하는 것이 훨씬 덜 떨렸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의 이야기에 집중해 주고 나를 따라와 주는 아이들 덕분이었다. 그렇게 주일 학교 선생님을 오래 하다 보니 발표불안은 점점 사그라들었다. 이후엔 대학을 가고 미국에서 대학원을 갔을 때도 나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발표불안을 이겨낼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 만드는 자신감은 경험으로 단단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그냥 막연히 '나는 소중한 사람이야. 나는 훌륭한 사람이야.'라는 자기 암시는 자존감이 아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장점과 약점을 모두 가진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되, 자신이 정한 목표를 스스로가 해낼 때 생기는 성취감과 만족감으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나는 그래도 썩 괜찮은 사람이야. 나는 내가 썩 만족스러워. 무엇보다 내가 말한 것은 지키는 사람이야'라는 자기 효능성과 믿음으로 만들어진 것이 진짜 자존감이 된다.
따라서 자존감은 타인을 바라보면 절대로 만들 수가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보다 타고난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널려있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우리는 늘 절대로 1등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한 자존감을 만들고 싶은 사람일수록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나는 어떻게 달라지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잘하고 싶은가? 그것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과거보다 얼마나 나아졌는가? 이 실패를 통해 나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서 스스로 한걸음 한걸음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어 갈때 단단한 자존감은 만들어진다. 이렇게 자신을 향한 믿음과 건강한 자존감을 있다면 타인을 향한 지나친 의식이나 판단과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회적 판단이나 비교, 실패에 대한 불안이 몰려올 때 나를 지키는 방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