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머리가 자주 아팠고 배탈이 자주 났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엔 그냥 장이 좋지 않고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후에 상담을 공부하면서 만성두통과 장꼬임, 어깨 결림등은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긴장과 불안이 신체화증상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불안한 사람들은 낯선 곳, 새로운 사람, 새로운 도전, 낯선 사람 앞에서 긴장을 쉽게 한다. 더 나아가 큰 시험이나 어려운 도전을 해야 한다면 걱정과 불안은 증폭된 일 수 있다. 그것을 적절히 표현하고 다룰 수 없다거나 혹은 나의 걱정이나 불안을 억압하기만 한다면 내적 긴장과 불안은 내면에서 점점 커지고 어떤 식으로든 위험신호를 보낸다. 그것이 본능적으로 나를 지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줄 몰라서 속으로 억누르기만 했다. 그것이 두통이나 장꼬임 더 나아가 악몽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나의 몸은 나에게 외치고 있었다. '너는 지금 불안해하고 있어, 제발 너를 잘 돌봐줘!' 지금 현대인들이 자주 겪는 공황장애도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감정을 숨기고 억압하고 참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신체가 더 이상 그 불안을 감당할 수 없다는 신호를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 나의 모든 신체화 증상 그리고 악몽까지, 그 모든 것들이 억눌린 나의 감정과 불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두통이 생기거나 장꼬임이 나타나면 나의 불안을 인지하고 인정했다. 할 수만 있다면 표현했다. '000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구나. 000을 하려니 걱정을 하는구나' 이렇게 내가 내 감정을 읽어주고 표현해 주는 것 만으로 불안은 증폭되지 않았다.
혹여 악몽을 꾼 날이나 밤새 이를 악다물고 자거나 이를 심하게 간 날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은 지 살폈다. 되도록 잘 먹고 잘 자고 내가 좋아하는 활동 등을 하면서 나를 보살폈다. 그러자 나는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진통제를 먹는 횟수도 줄었고 악몽을 꾸는 날도 줄었다.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 반응에 대해서 예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이 언제 편안하게 이완되어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때의 나의 신체와 긴장하고 불안할 때 자신의 신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가볍게는 다리를 떤다던지, 머리를 만지다던지 아니면 양손을 만지작 거리거나 손톱을 물어 뜯는 모든 행동들이 사실 지금 내가 불안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불안한 감정을 읽어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그런 신호가 보일 때 신체를 이완시킴으로 뇌에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다시 보내주면 더 도움이 된다. 그것이 깊은 심호흡이고 스트레칭등이다. 긴장된 근육을 풀어줌으로 지금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불안하고 긴장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려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연습할 필요가 있다.
불안이 높은 사람일수록 타인의 시선에 예민해지기 쉽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예민해져야 한다. 자신의 신체 반응을 읽어내고 마음속에 일어나는 작은 요동을 찾아내고 읽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이 원하는 소리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것만 된다면 불안은 나를 덮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