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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이기적인 귓구멍(?)

남편이야기

by 원정미

남편이랑 오래 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그것은 “혼자 보기 너무 아까운 캐릭터”라는 것이다. 외모는 후덕한 풍채를 자랑하고 그의 입담이나 깐죽거림은 개그맨 이수근 정도이다. 가장 비슷한 캐릭터를 찾으라면, 디즈니 만화영화 쿵후 판다의 주인공 판다 “포” 와 비슷하다. 먹는 거 좋아하고 너무 재미있지만 마음도 참 따뜻한 사람이다.





그러나 여기에 또 반전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남자다운 풍채와 달리 속은 또 “천상여자” 이다. 부지런하고 살림이나 청소는 나보다 훨씬 좋아하고 잘한다. 그리고 모든 신체감각이 예민해서, 옷도 아무 재질이나 입지 못하고, 미각도 살아 있어 딱 먹어보면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대번에 알아차린다. 우리 집 대장금이다.( 그래서 음식하는 내가 피곤하다.) 그러니 당연히 후각도 예민해서 저한테는 나지도 않는 냄새가 집안이나 음식에서 난다며, 불평할 때도 많다. 여행을 가도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자지 못하고 힘든 사람은 늘 남편이다. 그런데 또 여기에 반전이 있다. 모든 감각이 예민한 데 청력은 떨어지는 것이다. 가는 귀가 먹어 다른 사람 말을 금방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이 너무 많다. 기가 막힌 에피소드가 너무너무 많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몇 가지가 있다.

제가 얼마전 문 앞에 택배가 와서

“ 자기야! 뭐 왔어~ 쿠키가 또 왔네” 그랬더니

“ 뭐! 토끼가 왔다고?”

“아니 ~ 쿠 !키! 박스!”
“뭐? 토끼밥 왔다고?”

또 다른 해프닝은 예전에 다른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 그래서 어제 콩자반을 만들어 먹었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저희 남편 “ 뭐 ? 어제 곰장어 먹었다고?”


그리고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몇 년 전 해프닝이 있다.

교회 목사님 사모님과 집에서 식사 후 함께 다과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 주제는 목사님의 친구목사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 엄목사님이 찬양인도를 잘하시더라고요” 그랬더니

목사님께서 “예.. 엄 목사님 사실 악보도 못 읽으시는데 그렇게 찬양인도를 잘하세요

그랬더니 내 옆에 있던 남편 갑자기 깜짝 놀라면서 “ 예?! 엄 목사님이 앞을 못 보신다고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쓰러지고 말았다. ^^

이렇게 가는 귀가 먹어서 대화에 지장을 주는 이 귀가 또 특정 소리엔 엄청 예민하다. 어느 날 미리 잠든 남편은 집이 떠나가라 코를 드르렁 골면서 자고 있었다. 그래서 혼자 묵음으로 보던 유튜브 영상 볼륨을 1로 올리는 순간, “ 아~ 뭐야!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잖아” 하는 것이었다.

그때 속으로 헐 했다. “아..뭐야~이 이기적인 귓구멍은...”


그러나 여전히 이 덩치 크고 예민하고 웃기고 이기적인 귓구멍을 가진 남편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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