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적으로만 보면 나는 지극히 여성스럽고 예민할 것은 인상을 주고 남편은 반대로 굉장히 남자답고 후덕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우리 부부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형적인 여우 같은 아내, 곰 같은 남편일 것이라고 다들 예상 하지만 실상은 완전 반대이다. 곰 같은 아내에 여우 같은 남편이다. 그래서 신혼초엔 남편은 나에게 너무 덜렁거리고 생각이 없다 불만이었고, 나는 남편에게 사사건건 잔소리에 까탈스럽다며 불평이었다. 그래서 서로 “ 여자가 왜 그 모양이냐?” “ 남자가 왜 그리 예민하냐?” 며 비난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오래 살다 보니 남편은 여성적인 면이 많은 남자였고 나는 남성적인 면이 많은 여자였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갇혀있는 성역할이나 편견이라는 틀만 벗어버리면, 서로를 인정하기가 쉬워진다는 것을 알았다. 요즘은 육아 대디니 살림남이란 말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 마음에 “ 아내로서, 남편으로서의 역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살림을 잘 못하는 나 같은 아내나 듬직하지 못한 남편은 욕을 먹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사람은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대중적으로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이렇다는 관념에 의해서 남편에겐 00 하면 되고 여자에겐 00 하면 된다는 부부관계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어쩌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라온 환경과 기질에 따라 개인의 취향과 성격은 너무 천자 만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일반적인 통계를 의존하기보다는 나의 배우자는 어떤 사람이고 성향인지를 알아가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우리 부부도 단순히 여자 남자라는 생물학적 다름보다 개개인은 훨씬 더 복잡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서로의 다름을 많이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안정적이고 단순한 것을 좋아하고 내성적이며 집중력이 강하고 대체로 차분한 편이다. 그러나 남편은 나와는 모든 것이 다 반대이다. 호기심도 많고 도전적이고 활동적 장난끼가 넘치는 사람이다. 나와 반대인 그의 성향은 나쁜 것이 아니라 그냥 다를 뿐이고 나의 약점을 보안해 주는 좋은 장점이 될 때가 훨씬 더 많다.
이런 성격적 측면뿐 아니라 더 나아가 아내 혹은 남편의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각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장점으로 서로를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가정에서 각자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남편은 집 청소와 자신이 좋아하는 장보기 등을 거의 도맡고 있고, 나는 음식하고 빨래하고 아이들 양육에 집중한다.
그러나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서로가 하는 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마치 직장에서 각자 맡은 임무가 있으니 알아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태도보다는, 나를 위해 서로가 “재능기부”를 해준다고 생각하고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다. 남편은 매일 맛있는 음식을 매일 차려주고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을 고마워한다. 그리고 나는 나를 위해 설거지를 해주고 청소를 해주는 남편에게 매번 감사를 표현한다. 이런 태도가 톱니바퀴 돌아듯이 맞물리면서 부부관계에 선순환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세상엔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과 감사를 표현하는 것을 우리를 통해 배우고 있었다.
내가 배우자를 향한 비난과 판단의 기준이 어디에서 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남편은 000해야 한다. 아내는 000 해야 한다는 기준은 어쩌면 우리의 편견과 착각일 수 있다. 세상에서 보고 배운 기준에 배우자를 맞추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분별할 필요가 있다.중요한 것은 배우자와 내가 합의할수 있고 협력할 수 있는가이다. 배우자를 사회적 비교의 잣대로 판단하면 안된다. 부부는 선입견과 비교를 넘어서 서로의 빈틈과 약점을 매워주고 보완해 주는 관계가 부부이다. 이 비밀을 빨리 깨닫는 부부가 원만하고 행복한 부부생활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