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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령 Oct 21. 2022

행운을 배달합니다.

택배의 정체를 밝혀라!

금요일의 이른 아침, 나는 한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택배라니, 무슨 택배지? 내가 뭐 주문한 게 있던가?'

어떤 물건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던 나는 메시지를 살펴보았다.


보내는 이: 행운


"행운을 배달할 예정이라니? 너무 특별하잖아?!" 


메시지를 확인 한 나의 기분이 붕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 정말 행운이 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분명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임을 알고 있음에도, 두근거리는 심장과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가는 뇌를 스스로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나의 상상의 호수 속 명탐정 물고기는 이런 좋은 먹이를 놓치지 않았다. 명탐정 물고기는 이 '행운'이란 놈의 정체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행운'

나에게 있어서 행운이란 어떤 것일까? 행운 택배의 배송 예정 문자를 본 상상의 호수 속 명탐정 물고기는 행운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추측1

'다른 세계로 갈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가 배송을 오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 매개체는 무엇일까?'

1. 냉장고: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다른 세계가 보인다?!

2. 실리콘 주걱: 실리콘 주걱을 휘두르면 포털이 뿅 하고 나타나는 거 아냐?

3. 책: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도 괜찮지


-추측2

'세계를 구하기 위한 무기가 아닐까?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처럼 말이야!'

'그렇다면 내가 히어로?!'


-추측3

'아니지,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이벤트 당첨 선물일 수도 있겠다, 응모한 기억은 없지만 말이야.'


나는 명탐정 물고기의 추측이 재미있어 쿡쿡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뜩 다른 사람들은 이 행운 메시지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해졌다. 나는 이 메시지를 캡처하여 3명의 친구에게 보냈다.


< 이것 봐~ 나에게 행운이 배달 온대! 나 분명 주문한 게 없는데 뭘까? >


친구A : 그거 피싱 메시지 아니야? 링크 누르지 말고 조심해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친구A의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해졌다. 재미난 상상에만 빠져있던 나는 이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행운의 정체가 피싱 메시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친구B : 행운이 배달을 온다니 너무 귀엽다. 엄청난 게 오는 거 아냐?

평소에 나와 성격이 비슷했던 친구B는 행운의 정체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행운을 배달하는 택배기사가 소원을 들어주러 오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는 너무도 흥미진진했고, 그렇게 우리 둘은 서로 깔깔거리며 계속해서 상상력 대결을 펼쳐나갔다.


친구C : 내가 너한테 선물하려고 오늘 아침 7시에 책을 주문했거든? 그게 벌써 배송을 하는 건가?

친구C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김이 푸쉬쉭 새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구나 친구가 선물한 책이 배송을 오는 거였구나' 나는 친구와 함께 대한민국의 당일배송 시스템에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왠지 허탈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친구C와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행운'이 아닌 '책'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에게 도착한 것은 책이 아니었다. 나는 배달이 완료된 '행운'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은 내가 주문해두고 아주 까맣게 잊어버린 '고양이 모래'였다. 




판타지와 히어로물을 유독 좋아하는 나이기에 한 번씩 이렇게 엉뚱한 상상이 툭 하고 튀어나올 때가 있다. 나는 그런 나의 상상을 제3자의 입장이 되어 들여다보고는 한다. 마치 책을 읽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독자가 된 나를 위해 또 다른 새로운 상상이 빼꼼히 고개를 들어 올린다. 그리고 나의 일상은 점점 더 상상이 주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게 된다. 내가 '행운'에 대해 상상하지 않았더라면, 택배 메시지를 받은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보내는 이: '행운' 이 두 글자로 인해 즐거워진 하루. 그것이 나에게 다가온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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