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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16마디

Ron Carter-Third Plane

by jazzy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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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Ron Carter


Title : Third Plane



Record Date : July 13, 1977


Release Date : 1977


Label : Milestone



Personnel



Piano : Herbie Hancock


Bass : Ron Carter


Drum : Tony Williams



Track Listing



1. Third Plane


베이스 리프와 보사노바의 리듬 위에 허비 행콕이 모던한 보이싱을 쌓는다. 본격적인 멜로디 연주에 앞서 몇 번의 시동을 걸듯이 화성을 중첩시킨 다음에는 단순한 멜로디가 시작되는데, 베이스와 드럼의 연주가 보사노바 풍의 'even 8th'를 지키는데 반해 피아노는 스윙 느낌이 물씬 나는 어프로치를 사용해서 묘한 불일치를 느끼게 한다. 특별히 난해한 테마는 아니지만, 허비의 즉흥 연주는 초반부터 절대적인 리듬 감각으로 이야기의 얼개를 짜 나가기 때문에 듣는 이는 그 절묘한 혼합에 '역시'라고 끄덕이게 된다. 허비의 솔로는 후반부로 갈수록 다이내믹하게 변하면서'Permutation'과 폴리리듬, 속주를 쏟아내고, 론 카터는 이어지는 순서에서 베이스 리프에 천착하여 침착하게 모티브를 발전시키는 집중력과 차분함을 선보인다.



2. Quiet Times


'Third Plane'과 마찬가지로 역시 론 카터의 오리지널. 5번 트랙 'United Blues'까지 포함하여 이 앨범에서 총 3곡이 그의 작품으로 수록되었다. 이 앨범과 같은 날에 동일한 세션으로 녹음된 5개의 다른 트랙들은 <Herbie Hancock Trio>라는 이름으로 CBS/Sony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었다.


고요한 발라드지만 론 카터 특유의 톤이 대위법적인 움직임과 결합되면서 이 곡이 얼마나 베이시스트를 위해 최적화되었는지 알게 해준다. 이 곡을 들으며 찰리 헤이든과 팻 메시니의 'Missouri Sky'도 떠올랐는데, 그 앨범에서 베이스가 어떻게 발라드를 연주했는지 비교해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론 카터는 그의 즉흥연주에서 피치카토뿐만 아니라 더블 스탑, 포르타멘토, 비브라토 등 재즈 베이시스트로서 해낼 수 있는 테크닉들을 높은 수준으로 보여준다. 숨겨야 했던 여러 가지 무기들을 마침내 해방하게 된 사람처럼 말이다.



3. Lawra


토니 윌리엄스의 곡으로 연주 전체에 걸쳐 그의 적극적인 어프로치가 돋보인다. 다른 수록곡들에서 토니는 그답지 않다는 느낌을 줄만큼 강렬한 플레이를 자제하는 듯 보이는데, 그것이 어떤 판단 아래에서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어도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측면이 되어버린 것 같다.


코드는 단순하고 멜로디 역시 직관적이다. 허비와 론 카터의 연주는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데 그만큼 토니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많아져서 오히려 사람들이 평소의 그들에게 기대하는 측면이 드러나기도 한다. 토니가 드럼의 각 파트를 독립적인 악기처럼 사용하는 부분들이 흥미로운데, 멜로디를 리드하는 역할로서 킥을 쓰는 것을 보면 그 타이밍과 세기가 적절할 뿐만 아니라, 지루해지지 않도록 음향적인 재미를 제공하는 두 가지 측면을 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Stella by Starlight


유명한 스탠더드 넘버를 3/4 박자로 바꾸어 연주했다. 각 마디는 두 배로 늘어났는데 사람마다 비트를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6/8 박자로 들을 수도 있겠다.


곡의 구성 방식이 특이하거나 신선하지는 않지만, 역시나 허비 행콕과 론 카터의 즉흥연주 솜씨가 그 모든 걸 상쇄하고도 남는다. 앨범이 제작된 1970년대 말의 두 대가는 아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이니 듣는 이는 전성기를 즐기면 된다.


허비의 공간 감각은 놀라워서 그 이상의 것이 존재하리라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리듬의 활용이 최적화되어 있다. 특별하지 않은 코드 진행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음표의 계획적인 사용을 통해 한 번의 호흡으로 끝내는 프레이즈가 하나의 단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허비의 스토리텔링은 무리하거나 억지스럽다고 느껴지지 않으며, 그 자체로 하나의 곡이 되는 수준이다. 여기에 절정에 이른 테크닉, 특히 폴리리듬과 찹(chop)이 섞이며 쏟아지면 우리가 아는 그 '허비'가 완성된다.


론 카터 역시 고도의 테크닉을 통해 베이스를 극단적으로 활용하는데, 허비가 화성과 리듬의 혼합으로 솔로를 채웠다면, 그는 곡 안에 배치되어 있는 코드의 구불구불한 미로를 매끄럽게 빠져나오는 듯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 유려함은 반복해서 들어도 감탄을 그치지 않게 한다. 아래에 두 사람의 즉흥연주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DQiJMIMTfaA





5. United Blues


'United'라는 제목에 걸맞게 테마가 유니즌으로 진행되며 이전 곡에서의 강렬함은 다소 덜어낸 채 산뜻하고 가벼운 그루브가 지속된다.


F key의 평이한 블루스처럼 들릴 수 있어도 각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머러스함과 재치가 과하지 않게 묻어나서, 마치 처음 만난 연주자들끼리 잼을 벌이는 듯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서로의 소리에 집중하는 덕목을 잃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즉흥연주를 하지만 누구도 무리하지 않는 안정감 또한 존재한다.



6. Dolphin Dance


이미 유명했던 허비의 스탠더드를 론 카터와 토니 윌리엄스의 보조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흥미거리다. 허비의 연주는 첫 발매 시의 그것보다 조금 더 날카롭고 뾰족한 톤으로 멜로디를 긁어내듯 하며, 4번째 트랙이었던 'Stella by Starlight'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강도로 가지고 있는 테크닉을 와르르 쏟아내고 있다. 즉흥연주는 상대적으로 고음에 치중되어 있으며 폴리리듬으로 순간적 공간을 만들어 낼 때에는 여지없이 토니 윌리엄스의 인터플레이가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다.


론 카터는 허비보다 넓은 공간감을 생성하는 데에 집중하며 토니 역시 빽빽하게 리듬을 채우기보다는 질감을 형성하는 데에 집중하면서 베이스가 홀로 설 수 있도록 적절한 반응을 하고 있다. 그의 즉흥연주가 끝나면 곧바로 테마 연주를 반복하는 대신 일종의 집단 즉흥처럼 들리는 인터플레이가 이어지며 다시 토니의 솔로가 멜로디컬한 스토리텔링으로 최고의 기량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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