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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19마디

Dave Brubeck - Jazz At Oberlin

by jazzy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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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Dave Brubeck


Title : Jazz At Oberlin



Record Date : March 2, 1953


Release Date : 1953


Label : Fantasy



Personnel



Alto Saxophone : Paul Desmond


Piano : Dave Brubeck


Bass : Ron Crotty


Drum : Lloyd Davis



Track Listing



1. My Foolish Heart


곡의 시작에 테마를 배치하는 일반적인 연주 관습에 따르는 대신 즉흥연주를 먼저 시도하는 특이한 구성이다. 음악 명문으로 유명한 오벌린 대학의 성당에서 벌어진 이 라이브 공연은 이렇게 독특한, 그러나 그 이상 달콤할 수 없는 폴 데스먼드의 알토 색소폰 연주로 문을 열었다.


베이스와 드럼이 서로를 긴밀하게 듣고 있다는 사실이 워킹 베이스와 브러쉬 사이의 미묘한 긴장에서 드러나는데 이것은 앙상블의 문제라기보다는, 이제 막 연주를 시작한 두 사람이 서로의 주파수에 감응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한 번 아귀가 맞기 시작한 이후부터 론 크로티의 베이스와 로이드 데이비스의 드럼은 떨어질 줄을 모른다. 앨범의 뒤표지에는 이날 로이드가 무려 39.4도의 열이 나는 상태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2. Perdido


폴 데스먼드의 비르투오소적 면모가 드러나는 레코딩이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톤은 그가 색소포니스트로서 얼마나 잘 훈련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음과 음 사이를 처리하는 레가토에서 흠을 찾기가 어려우며 그 가운데에서도 적절한 스윙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 녹음에서는 알토 색소폰으로서 상당히 높은 피치에 반복적으로 도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당시의 연주자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기술적 면모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든 테크닉 가운데에서 그가 보여주는 놀라운 밥 언어(Bop Language)가 경이로울 정도다. 게다가 보편적인 재즈의 언어에 자신만의 독보적인 멜로디를 섞어 내놓는 솜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뛰어난 연주자가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은 것이 몹시 아쉬울 따름이다. 아래에 그의 즉흥연주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7OdOdzVIF9I




데이브 브루벡은 키스 재럿이 존경하는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데, 이 앨범을 통틀어 키스 재럿과 유사한 점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뒤에 이어지는 트랙에서도 언급하겠지만, 대위법적인 선율을 이용한 연주와 업템포에서의 매끄럽고 유려한데다 길기까지 한 셋잇단음표 연주가 그것이다. 그는 비밥에도 능통했지만 전형적인 스윙 연주의 관습에 안주하는 대신 형식이나 매너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피아노 스타일을 공연 내내 보여준다. 특히 코드의 연타 가운데에서도 멜로디가 선명하게 들리는 연주는 기존의 블록 코드 연주와는 맥과 결이 다른 또 하나의 연주 기법처럼 여겨질 정도로 뛰어나다.


3. Stardust


이 공연은 38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소화해 내는데, 곡의 배치 순서를 보면 발라드-업템포-발라드-업템포-스윙의 빠르기로 되어 있어 관객들이 다양한 리듬감을 쉴 새 없이 느끼며 지루해하지 않을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단순히 좋은 연주만-물론 너무나 충분히 멋진 연주이지만-으로 레퍼토리를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곡의 순서를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관객과의 소통에 얼마나 효율적인지 알려주는 예이다.


더블 타임 필과 레가토를 섞어가며 종횡무진하는 폴 데스먼드의 연주가 끝나면, 화성을 넓게 펴서 공간을 장악하는 데이브 브루벡의 클래시컬한 솔로가 시작된다. 그는 이런 종류의 즉흥연주에서 클래시컬 음악의 영향을 두드러지게 드러내는데, 대위법적인 선율을 집어넣는 데에 어색함이 없으며 같은 코드를 타건 하는 데에 있어 강렬한 느낌보다는 우아함을 강조해 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4. The Way You Look Tonight


색소폰과 피아노의 대위 연주가 도입부를 장식한다. 두 악기 중 하나가 멜로디를 연주할 때 다른 악기는 그에 대한 대위 선율을 연주하는 방식이다. 그 뒤로는 곧바로 폴 데스먼드의 우아하고 화려한 즉흥연주다. 번뜩이는 모티브들을 순간적으로 캐치해 더 큰 덩어리의 주제로 소화해 내는 능력이 감탄스러울 정도이며 상승과 하강의 주기가 지나치게 길지도 짧지도 않다.


데이브 브루벡의 즉흥연주는 수려한 비밥 라인들로 시작하여 폭이 넓어지는 화성 연주로 변모하고 질감을 수시로 바꾸는 색채감을 선보인다. 중간에 다른 곡의 멜로디를 차용해 넣는 센스와 클래시컬 음악을 듣는 듯한 왼손 옥타브 연주, 왼손의 멜로디 연주는 지금의 시대에서도 세련되었다는 평을 들을 만하다.



5. How High the Moon


이 앨범이 그의 앨범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히는 데에는 멤버들 간의 합과 상대방의 연주에 대한 이해도가 절정에 다다랐다는 사실이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이 황홀한 연주들을 듣고 있자면 이들이 연주 자체를 즐기고 있으며 개인의 연주 역량이 최고의 상태에 다다라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How High the Moon>은 그런 명연주의 클로징을 담당한다. 발라드로 시작하여 더블 타임으로 전환하는 편곡은 매력적이며 쉴 새 없이 들려오는 관객들의 환호성이 실제 무대의 모습을 더욱더 궁금하게 만든다. 아래에 폴 데스먼드의 즉흥연주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fbHPQtkcbi4





폴 데스먼드는 예의 그 멋진 솔로를 들려주고 로이드 데이비스는 침착한 라이딩 중에 기가 막힌 리듬 멜로디를 변주하여 들려줌으로써 삽시간에 무드를 바꾼다. 데이브 브루벡은 여태껏 쌓아놓은 모든 테크닉을 쏟아내려는 듯 비밥 언어, 코드의 연타와 클래시컬 음악에서나 들을 법한 고풍스러운 리하모니제이션, 메트릭 모듈레이션까지 선보이며 그 이상을 상상하기 힘든 즉흥연주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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