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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20마디

Keith, Peacock, Jack-My Foolish Heart

by jazzyhyun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는 이번 회차 이후로 자유 연재로 전환한다.

*이번 회차는 소제목의 40글자 입력 한계로 정확한 앨범의 타이틀을 아래에 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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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Keith Jarrett, Gary Peacock, Jack DeJohnette


Title : My Foolish Heart-Live At Montreux-



Record Date : July 22, 2001


Release Date : October, 2007


Label : ECM



Personnel



Piano : Keith Jarrett


Bass : Gary Peacock


Drum : Jack DeJohnette



Track Listing


1. Four


2. My Foolish Heart


3. Oleo


4. What's New


5. The Song Is You


6. Ain't Misbehavin'


7. Honeysuckle Rose


8. You Took Advantage of Me


9. Straight No Chaser


10. Five Brothers


11. Guess I'll Hang Out My Tears To Dry


12. On Green Dolphin Street


13. Only the Lonely



*이번 리뷰는 앨범 전체에 대해서 작성했다.


첫 곡인 'Four'에서 키스 재럿과 개리 피콕의 즉흥연주 파일, 영상 링크를 아래에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UXN0kZElcM



키스 재럿의 음악을 듣는 청중, 청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자세는 그의 음악을 ‘신비’로 대하는 경건함이다. 그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라는 말은 다른 연주자들에게도 적용 가능한 것이기에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낫다. 비르투오소로 칭송받는 훌륭한 대가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여럿 존재해왔으며 나름의 업적들을 남겼다. 키스 재럿 역시 그중의 하나이지만 그는 어쩐지 이 무리에서 조금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홀로 동떨어져 있음이 그에게 고유한 신비를 만든다. 고집스러운 성격과 습관, 매너는 이미 일반 대중에게도 유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키스 재럿의 음악은 그 자체로 쉽게 파악하기 힘든 독자성을 지니고 있기에 어딘가에 홀로 있는 듯하다. 그는 재즈 연주자이며 비밥 언어를 사용하고, 스윙 리듬을 훌륭하게 소화한다. 무엇보다, 그는 극단적으로, 아주 극심하게 뛰어난 즉흥 연주자다. 이 사실이 그의 생산물들을 오히려 고립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일까. 나는 그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이것이 재즈라는 사실을 잊는다. 비록 그가 ‘My Foolish Heart’와 같은 유명한 스탠더드를 연주하는 중이라도 말이다.



홀로 있는 사람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게 키스 재럿은 언제나 ‘Keith Jarrett, Gary Peacock, Jack DeJohnette Trio’라는 이름으로 스탠더드를 연주해왔다. ECM을 통해 나오는 본인의 솔로 피아노 콘서트나 초창기 임펄스 레이블에서 만든 음악과는 결이 다를뿐더러, 개리 피콕과 잭 디조넷이라는 최정상급 연주자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그에게 고유한 신비로움을 한결 친근한 것으로 순화시키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이 트리오의 녹음은 이미 많은 수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으며 제일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역시 블루노트에서의 실황을 담은 녹음일 것이다. 그러나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의 연주를 담은 <My Foolish Heart(Live at Montreux)> 역시 그에 못지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앨범이다.



본 앨범에서 첫 번째 CD의 마지막 트랙인 ‘Ain’t Misbehavin’’과 두 번째 CD의 1-2번 트랙인 ‘Honeysuckle Rose’, ‘You Took Advantage of Me’는 이 트리오가 가진 특별함을 상기시켜 주는 귀중한 기록이다. 특히 키스 재럿이 스트라이드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는 ‘Ain’t Misbehavin’은 이들이 전통이 전달하는 음악적 유산을 얼마나 귀하고 소중하게 다루는지 알려주는 단초다. 바로 이전 트랙이었던 ‘The Song Is You’의 업템포 연주를 자연스럽게 벗어나 옛날로 돌아가는 입구로 안내하듯 키스의 스트라이드 피아노는 물 흐르듯 매끄럽고 반짝인다. 그러나 기존의 스트라이드 주법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모든 음에 대위법적인 내성 선율의 움직임을 입혀서 극도로 세련되고 섬세한, 전에 없던 그만의 스타일로 전통의 연주 양식을 새롭게 부활시키고 있다. 잭 디조넷이 4/4박자에서 매 박자를 킥으로 카운트하는 것 역시 과거의 전통이지만 그는 이 리듬적인 장치가 전혀 과하거나 어색하지 않도록 곡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으며 개리 피콕 또한 한 마디를 반으로 쪼개는 2-feel 연주로 옛날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You Took Advantage of Me’의 도입부로까지 이어지는 이 전통적 연주는 중반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스윙 리듬으로 전환되면서 과거로의 여행을 감쪽같이 마무리한다. 이 마법과도 같은 흐름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다.



전체 트랙에서 중간 정도에 위치한 이 곡들을 제하더라도, 본 앨범은 모든 곡이 저마다의 색을 발한다. 프리재즈의 면모를 잠시 보여주는 ‘Straight, No Chaser’와 키스 재럿 특유의 피아니즘을 들을 수 있는 ‘Guess I’ll Hang Out My Tears to Dry’, 순간의 영감을 붙잡아 찰나의 시간이 지나가기 전에 손가락 끝으로 이동시키는 괴물 같은 순발력을 보여주는 ‘Four’, ‘The Song Is You’, 세 명의 앙상블이 매번 눈부신 순간을 보여주는 ‘Oleo’, ‘On Green Dolphin Street’ 등 감탄을 자아내는 연주들이 일분일초를 수놓는 가운데, 나는 어쩐지 자못 슬퍼진다. 이 반짝임 들은 어쩌면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이들 연주의 황혼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정점이 아니었을까 하는 미련한 추측 때문이다. 지나치게 아름답고 과도하게 매력적인 이 엮임 앞에서 겪는 나의 애상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자의 합리화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날 몽트뢰의 레만 호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스트라빈스키 홀의 열기는 어느 정도였을까. 떠난 이를 그리워하듯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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