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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못하는 '그냥 하는 것'을 해보기로 함

내일의 내가 도와주겠지, 뭐.


  안정적. 성실한. 모범생. 나를 수식하는 단어들이었다. 언제든 안전한 것, 그 결과가 예측 가능한 것들을 골랐다. 그래서였을까?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직장이라 불리는 곳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상이 재미가 없었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들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자우림의 노래 <일탈>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 지루해 난 하품이나 해 /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없을까 /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 점프를 /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 야이야이야이야이야' 어렸을 때도 이 노래를 참 좋아했다. 시골에 살았던 나는 '신도림역'은 어디길래 거기서 스트립쇼를 한다는 걸까? 하고 궁금해하긴 했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어디서든 스트립쇼를 할 수 있는 열정과 패기였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겐 부족했던 것들. 현실의 나는 신도림역에서 스트립쇼를 하기는커녕, 신도림역에 오늘 가도 안전한지 네이버에 검색을 백 번 해보는 사람이었다.  



사진: UnsplashMartin Sanchez



  어쨌든, 그래서 이 브런치북의 연재도 오늘까지 늦어졌다. 연재 브런치북 기능이 생긴 지 벌써 꽤 되었는데, 신규 기능이 생기자마자 시도해 보신 용감한 작가님들과 달리 나는 끝까지 이 메뉴(?)의 가능성과 나 스스로를 의심했다. '그냥 매거진으로 연재하는 거나 브런치북으로 연재하는 거나 똑같은데, 괜히 압박만 더 받는 것 아닐까?', '내가 매주 정해진 요일에 한 편의 제대로 된 글을 올릴 수 있을까?' 등등 의심이 이어져 도저히 시작할 수가 없었다. 배운 포토샵으로 예쁜(?) 표지까지 만들어 적용해 놓고도 좀처럼 첫 글을 쓰지 못했다. 시작을 못하고 미적미적대는 습관이 또 튀어나와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오늘 그냥 시작해 버리기로 마음먹고 이 글을 쓴다. 만반의 준비가 안 되면 평생 시작하지 못하는 나를 좀 더 진취적이고 뒤를 생각 안 하는 나로 바꿔보고 싶었다. 지금껏 안정적이고 보장된 선택지만 골라서 인생이 얼마나 재미없게 흘러갔던가? 얼마나 원치 않는 나로 성장해 왔던가? 그러니 이제부터는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어도 그냥 해 보는 내가 되려 한다. 뒷감당은 내일의 내가 해주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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