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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Jan 30. 2023

MZ세대인 내가 '조용한 퇴직' 논란에 열받은 이유

회사에 '시끄러운 퇴직'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요즘 MZ세대들이 한다는 '조용한 퇴직'은, '맡은 일에만 집중하고 그 이상의 회사 일에는 관심을 갖지 않겠다는 업무 풍조(매일경제용어사전 참조)'이다. 다시 말해 '맡은 일은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MZ세대인 나로서는 이 '조용한 퇴직'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세상에, 자기한테 주어진 일은 다 하고 그 이상은 안 하는 사람이 왜 욕을 먹지? 우리 회사(공공기관)에는 주어진 일도 안 하는(때로는 주어지는 일 자체가 없는) 사람이 한 트럭도 넘는데!


사진: UnsplashJackson Simmer



  그렇다. 공공기관에는 '조용한 퇴직'을 넘어서는 그 어떤 것(제목에서는 농담으로 '시끄러운 퇴직'이라고 써 보았다)을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대표적으로는 보직(국장, 팀장 등)을 받았다가 여러 사유로 잃은(밀려난) 사람들. 회사(인사팀)에서는 이 사람들을 잠재적 보직자로 봐서 그런지 굉장히 융숭하게 대접한다. 아무 보직을 받지 않은 사람이지만 일반 직원보다 넓고 조용한 자리에 앉히고, 자잘한 실무 따위 주지 않는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아무 업무도 주지 않는다. 그 말인즉슨, 보직을 언제든 받을 수 있는 후보자로 머물며 아무 일도 안 한다는 말이 되겠다. 이런 보직 후보자들이 늘어날수록 회사에서는 정원은 잡아먹는데 일은 전혀 안 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져, 그만큼 일을 하는 실무자의 압박감이 늘어난다. 


  또는 이런 경우도 있다. 애초에 보직을 받기를 포기한(팀장, 국장으로의 승진을 포기한) 경우이다. 이런 사람들은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아 하고, 또 아무 일도 하지 않더라도 공공기관 특성상 회사가 딱히 뭔가를 할 수조차 없다(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주는 정도?). 이렇게 '시끄러운 퇴직'을 하는 사람들이 팀 안에 들어가 있으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어린 팀원들의 업무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신입사원 입장에서 보면 최저보다 조금 위의 월급을 받는 나는 만날 야근하며 일하고 있는데, 연봉이 1억이 넘는다는 부장님은 회사 와서 유튜브만 보다 가는 걸 보며 의욕이 생길 리 만무하다. 사기업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요즈음의 공공기관에서는 확실히 이런 '시끄러운 퇴직'을 하는 사람들이 MZ세대의 '조용한 퇴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아무도 일을 제대로 안 하고 회사는 점점 산으로 간다. 


  한동안은 이런 '보직 후보자'나 '보직 포기자'의 '시끄러운 퇴직'이 우리 기관만의 일인 줄 알고 어디 가서 창피해서 말을 꺼내지도 못했었다. 그러나 가만히 다른 분들의 글을 지켜보니 공공기관 대부분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더라. 그래서 용기 내어(?) 관련된 글을 써 본다. 어르신들, MZ세대의 '조용한 퇴직'에 '에이 요즘 것들을 일을 열정적으로 안 해. 나 때는 말이야~'를 시전하시기에는 윗분들 세대의 '시끄러운 퇴직'이 더 문제라고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적어도 공공기관에서는 MZ세대가 일을 적극적으로 안 한다는 비판은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시끄러운 퇴직'은 안 하고 '조용한 퇴직'만 하는 걸 다행으로 여겨주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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