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비혼 여성으로 살아가기

오지랖과 이상한 시선에 더해 그 모든 복지에서 비껴 난다는 것



사실 공공기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비혼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저 내 경험을 끄적여볼 뿐이다. 왜 끄적이기 시작했냐 하면, 단순하게 답할 수 있겠다. 어딘가에라도 하소연하고 싶어서라고ㅎ


비혼인구의 비율이 예전 대비 높아지면서, 여러 기업들이 기존 기혼자 중심이었던 복지 제도를 바꿔 비혼자들도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들었다. 비혼자가 양식에 맞게 신청하면 결혼축하금과 결혼휴가를 주는 곳도 있고,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며칠 휴가를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공공기관에 10년 넘게 다닌 내가 보기엔 다 먼 나라 얘기이다. 공공기관에는 이런 제도 생기려야 생길 수가 없다.


요즘 세대의 비혼율이 올라가고 결혼하는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는 이유는 다들 알겠지만 먹고살기가 어려워서일 것이다. 집도 구해야 하고 아기를 낳을 경우 양육비도 들어가는데, 나 한 몸 건사하기 어려우면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공공기관에 다닌다는 것은 어느 정도 생활의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이점이 있다. 어쨌든 웬만해서는 잘리지 않는 직장이 있다는 것은 생활에 큰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는 참! 많이! 대다수가! 결혼을 한다. 대체 요즘 사람들은 누가 결혼 안 하고 애 안 낳는다는 거냐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90%가 때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 와중에 결혼을 안 하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1차적으로 여기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축의금이 정말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나가는 것이다. 가족 같은 공공기관 분위기 특성상 같은 팀이 아니고 별로 친하지 않은 경우에도 축의금은 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니 부담감은 한층 심해진다. 결혼을 한(할) 사람은 품앗이 개념으로 '그래 나도 받았던(언젠가는 받을) 돈이니까'라고 정신승리라도 할 수 있지, 비혼자는 돌려받지 못할 돈을 무한 지출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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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Microsoft 365


하지만 축의금 나가는 건 어떻게 보면 사소하다. 진짜 상대적 박탈감은 그 이후에 더 생긴다. 결혼하면 일단 회사에서 결혼축하금이 나온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경우 노동조합에서도 노조회비에서 결혼축하금을 마련해 준다. 그리고 꿀맛 같은 휴가도 나온다. 비혼자는 똑같이 일해도 그만둘 때까지 누릴 수 없는 것들이다. 그뿐인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회사에서도, 노조에서도 출산축하금을 준다. 역시나 비혼자는 평생 구경할 수 없는 것들이다. 물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이벤트는 축하할 만한 일이 맞다. 그런 축하할 만한 일에 회사 차원에서 직원 격려를 위해 축하금을 챙겨주고 휴가를 챙겨주는 것은 지극히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러면, 나는? 나같이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는 직원은? 똑같이 회사를 다니고 돈을 벌어다 주는데 받는 게 없으니, 없던 박탈감도 스멀스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 박탈감은 결국 업무의욕 저하로 이어진다.


원래 사회가 그런 거지, 뭘 그리 쩨쩨하게 생각하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축하할 만한 일이 생긴 사람에게만 축하하는 거지 칼같이 공평하게 나눠야 하냐 생각할 수도 있다(실제로 회사에 건의했다가 비슷한 맥락의 답변을 듣기도 했다). 나는 바로 이 포인트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비혼자들이 기혼자들에 비해 누릴 수 있는 복지가 부족한 것? 그래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육아휴직과 그에 따른 인력 돌려 막기까지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러자면 너무 길어지니 그 부분은 언젠가 따로 쓸 수 있다면 써 보겠다). 그런데 그게 당연하다 생각하는 사회의 분위기, 비혼자도 회사에 똑같이 기여하는데 이것저것 혜택에서는 빠지면서 그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몰아가는 분위기가 더욱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런 기분 나쁨(이라고 순화해 말해 본다)은 결국 일과 회사에 대한 애정의 상실로 이어진다. 그게 과연 장기적으로 회사에 좋은 영향을 미칠까? 난 아니라고 본다.


글을 쓰다 보니 평소에 내가 쓰던 에세이가 아닌 무슨 논술 과제를 쓴 느낌이 들긴 한다. 그만큼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생각도 많고 화도 많이 났었나 보다, 싶다.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들었을 때 기분 나쁠 만한 이야기라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한 번은 쓰고 싶었다. 공공기관에서 절대 소수가 될 수밖에 없는 비혼자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내 인생의 방향 설정으로 인해 회사에서 더 이상 소소한 기분 나쁨을 느끼고 싶지는 않다고 말이다.


※ 덧붙이는 말 : 글을 발행하기 전에 이 글에 맞춤법 검사를 돌려 보니 '비혼자'를 '미혼자'로 고치라고 나오네. 세상에마상에나. 정말 너무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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