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미숙 Dec 09. 2020

하마터면 갱년 긴 줄 알았다

1. 마흔여섯, 갱년기 신호

마흔여섯, 이유 없는 짜증이 늘고, 몸이 아프지 않은 날보다 아픈 날이 더 많아졌다. 안면 홍조와 비슷한 증상으로 얼굴이 뜨거워지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 마음이 불안해졌다. 불안감과 우울감 등이 늘고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신경질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건망증이 심해지고 소화도 안 되고, 머리도 아프고, 화끈거리고, 땀도 나고, 가슴도 답답하고 하루 종일 몸이 무거웠다. 

마흔두 살에 생리가 끊겼다, 처음 생리가 나오지 않았을 적에는 임신인 줄 알고 약국에서 테스트기를 사서 테스트를 했다. 테스트에서 임신이 아나리는 것을 알고, 산부인과를 갔다. 산부인과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생리가 안 나오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여러 가지 검사를 했고 다행히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서 여성호르몬제를 처방받아먹었지만 생리는 나오지 않았다. 생리가 나오지 않아 임신인 줄 알고 남편과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에 대해 행복한 고민을 했었다. 


차라리 임신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생리가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 내 인생이 끝난 것 같았다. 겨우 마흔두 살이다. 그때부터 남편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남편 탓만 같았다. 경상도 남편과 함께 치킨집을 하면서 막내 아이를 가졌고, 막내 아이를 낳았다. 막내 아이를 낳고 남편은 경상도 남자답게 가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동안 혼자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양육했던 것이 억울하기만 했다. 

온종일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지면서 짜증도 자주 나고 기분은 늘 울적했다. 남편을 미워하기도 하고 참고 살아온 나를 또 원망하며  몇 년을 그렇게 보내왔다. 그것이 쌓여 갱년기 증상을 만들었다는 것을 책을 읽고 난 후에야 깨달았다. 

아랫배가 자주 아파 두 달에 한 번은 응급실을 가야 했다. 아랫배가 아파오면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고통이 온몸을 공격해 오는 것 같았다. 무서웠다. 그리고 억울했다.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았는데 왜 이런 고통을 나에게 주는지 하느님이 원망스러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