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음식과의 전쟁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해외여행을 하며 음식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었다. 물론 대부분의 여행에서 아침 식사는 호텔 뷔페로 시작하긴 했지만, 그 이후의 식사에서도 로컬 음식 때문에 배탈 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나라 음식만의 맛과 향을 즐기는 편이었다. 그래서 사실 여행할 때 캐리어에 컵라면과 고추장을 가득 챙기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좁은 캐리어 공간에 컵라면을 가득 채우는 걸 보며, 너무 과하다고도 싶었다. 차라리 옷 한 벌이라도 더 가져가는 게 낫지 않나, 속으로 콧방귀를 뀌곤 했다.
몽골 여행을 할 때는 특유의 향이 강하다는 양고기도 무탈하게 먹었고, 태국 여행을 할 때는 길거리에서 파는 팟타이나 국수 음식도 별 탈 없이 즐겼다. 그랬던 내가 한식을 간절하게 찾게 되는 일이 생겼다. 스리랑카 음식은 대부분 커리류가 상당히 많았다. 나물 요리류도 꽤 많았는데, 이는 인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영향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 스리랑카 음식을 맛보았을 때는 그저 '밍밍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너무 심하다는 것이었다. 너무 허전했다. 인도 음식처럼 강한 향신료로 톡 쏘는 맛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반대였다. 대부분의 음식이 너무 밋밋하게 느껴졌다. 간이 덜 된 것 같았고, 씹히는 식감도 어색했다. 결국 스리랑카 현지식을 먹을 때마다 거의 먹지 않고 대부분 남기게 되었다.
마트에 들를 때, 자연스럽게 '세계 음식 코너'로 발길이 향했다. 기어이 한국 음식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기대했던 컵라면은 딱히 보이질 않았고, 운 좋게 가끔 발견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몇 배는 되는 가격이라 그냥 포기하게 되었다. 결국 무난한 과자만 잔뜩 산 채 봉고차 안에서 뜯게 되었다. 하지만 간식은 간식일 뿐, 내 허기를 달래주지는 못했다. 결국 호텔 조식에서라도 배불리 먹자는 전략으로 여행 기간을 버티게 되었다.
매일같이 똑같은 호텔 조식도 만족을 채우진 못했다. 매일 빵과 주스만 먹으니 질릴 법도 했다. 그렇게 또 배고픈 하루시작 되고, 마무리할 때쯤 한 친구가 "우리 오늘 그냥 나가서 피자 먹을래?"라고 말했다. 나는 두 눈을 반짝이며 동시에 "피자 먹자! 제발!"이라고 외쳤다. 알고 보니, 같이 떠난 동료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밤늦게 숙소에서 나와 스리랑카 거리를 누비는 건 꽤 큰 일탈이었다. 패키지에 저녁 식사가 포함된 터라, 사실 돈을 두 번이나 쓰는 일이었지만 여행에서는 즐거움이 있다면 모든 게 용납되는 법이다.
이제는 컵라면을 잔뜩 가져가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볼 수 없겠다.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 오히려 그들의 지난 해외여행이 지금처럼 정말 힘들었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겠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던 내가 민망스러웠다. 그리고 다짐했다.
그래! 다음 여행 때는 컵라면, 고추장은 무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