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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부처님의 치아

스리랑카 불치사에서

by 새내기권선생

불치사는 그야말로 스리랑카를 상징하는,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수많은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이 끊임없이 이곳을 찾아 발걸음 하고 있었다. 이곳은 부처님의 진신 치아 사리가 봉안되어 있는 신성한 곳이자, 스리랑카 불교문화의 심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불치사와 치아 사리는 단순한 종교 유물을 넘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신적인 지주와 같은 존재이다.

처음 '치아 사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의아했다. 치아가 국보 1위라니는 게 쉽게 믿기지 않았다. 으레 국보라고 하면 웅장한 건축물이나,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예술품을 떠올리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불치사를 직접 방문하여 그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기고, 현장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껴보니 내 생각이 얼마나 좁고 단편적이었는지 깨달았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 발견된 왼쪽 송곳니는 인도에서 오랫동안 귀하게 보관되어 왔다. 4세기경, 인도 칼링가 왕국에 전해지던 치아 사리는 왕국의 평화를 기원하며 헤마말라 공주와 다타 왕자에 의해 스리랑카로 옮겨지게 되었다. 이후 스리랑카의 수도가 바뀔 때마다 치아 사리는 왕권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함께 이동했고, 마침내 캔디 왕국 시대에 이르러 이곳 불치사에 영구히 봉안되었다. 치아 사리를 소유하는 것이 곧 나라를 다스릴 정당성을 의미한다는 믿음은 스리랑카 역사 속 깊이 뿌리내리게 된 것이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선 불치사 내부에는 경건하고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길게 늘어선 줄에는 부처님의 치아 사리함을 가까이에서나마 보기 위해 기다리는 현지인들의 간절한 표정이 가득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깊은 사연이 새겨져 있었다. 비록 그들이 속삭이는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두 손을 모아 끊임없이 기도하는 모습에서는 감사의 마음, 간절한 소망, 그리고 깊은 경외심이 있었다. 어떤 이는 눈을 감고 조용히 염불을 외웠고, 어떤 이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존경을 표했다. 그들의 간절한 눈빛에는 단순한 종교적 행위를 넘어, 삶의 어려움 속에서 의지할 곳을 찾고 위안을 얻고자 하는 진심이 있었다.


그동안 나만의 좁은 문화적 틀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불교는 단순한 종교를 넘어, 그들의 삶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문화적 기반이자, 일상생활 곳곳에 깊숙이 뿌리내린 의식이었으니까. 단순히 피상적인 삶의 양식이 아니라, 그들의 존재 이유이자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근원과 같은 것이었다.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열린 마음과 존중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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