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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맥주, 클럽 : 엘라에서 만끽한 자유

by 새내기권선생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도착한 스리랑카의 작은 마을, 엘라. ‘여행자의 도시’라는 별명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발을 내딛는 순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스리랑카의 중부에 위치한 엘라는 ‘리틀 아담스 피크’와 ‘나인 아치 브리지’ 같은 매력적인 트레킹 코스로 유명하며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이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로 머무는 곳이다. 활기 넘치는 이곳에서 호텔 방에만 머물기는 아쉬워, 우리는 저녁 식사 시간을 틈타 조용히 밖으로 나섰다.

우리의 레이더에 포착된 첫 메뉴는 의외로 미국식 피자였다. 스리랑카까지 와서 웬 피자냐 싶었지만, 매콤하거나 느끼한 현지 음식과 매일 마주하는 뷔페식에 지쳐버린 우리에게는 새로운 맛이 아주 절실했다. 그날따라 짭짤하고 기름진 피자가 왜 그렇게 당겼는지, 현지에서 꽤 유명하다는 피자집에 들러 피자는 물론 웨지 감자, 심지어 김밥까지 주문했다. 아마도 우리는 스리랑카에서 강제 디톡스를 당하고 있었던 거 같다. 평소 즐겨 먹던 자극적인 맛이 그토록 그리울 줄이야! 문득 예전 라오스 여행 때도 어김없이 피자집을 찾았던 기억이 떠올라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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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자연스럽게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났다. ‘여행자의 거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엘라의 밤거리는 활기가 넘실거렸고, 기념품 가게 불빛과 개성 넘치는 술집들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chill cafe’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힙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어두운 밤, 알록달록한 조명 아래 맥주를 마시면 진짜 여행자가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예상치 못한 광경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분명 ‘cafe’라고 쓰여 있었지만, 그곳은 아늑한 카페가 아니라 열정적인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클럽이었다. 외국에서는 ‘cafe’라는 간판을 걸고 술을 팔거나 클럽처럼 운영하는 곳이 많았다. 낮에는 식사와 음료를 팔고, 밤이 되면 술과 음악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신하는 식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술잔을 기울이며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얼떨결에 우리도 맥주를 주문했고, 낯선 분위기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평소의 우리라면 클럽이나 춤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날 밤만큼은 묘하게 들뜬 기분에 용기를 내어 스테이지로 나섰다. 강렬한 음악 소리에 서로의 목소리는 묻히고, 오직 몸짓과 리듬만이 존재하는 그 공간에서 해방감과 즐거움을 느꼈다. 어쩌면 낯선 환경이 주는 일시적인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짜로 여행자가 된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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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를 간다면 고대 유적지를 거닐며 역사적 감동을 느낄 줄로만 알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작은 도시 엘라에서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여행의 묘미 아닐까. 평소의 틀을 깨고 낯선 경험에 몸을 맡기는 것, 그 자체가 여행이니까. 다음에 스리랑카를 다시 찾는다면, 나는 분명 엘라에 다시 들를 것이다. 벽이 뻥 뚫린, 그래서 더 자유로운 분위기의 ‘카페’ 간판을 단 클럽에서, uptown funk의 흥겨운 리듬에 맞춰 또 한 번 신나게 춤을 출 날을 기다려본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왁자지껄 떠드는 그곳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손에 들고 음악에 몸을 맡길 수 있는 그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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