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는 엄마와 함께 천문대 구경을 마치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비행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화가'라는 꿈이 어느 순간 생겼고, 엄마에게 말하자 "좋지, 열심히 해봐"라며 그의 꿈을 지지했다. 하지만 몇 달 뒤 어머니의 통장 잔액을 우연히 보게 된 준호는 더 이상 꿈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되었다. 고등학교 진로 설문지 앞에서 연필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 "미정"이라고 적었다. 담임이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된다고 말하자, 준호는 급히 "은행원"으로 수정했다. 대학 캠퍼스에서 강의실 책상에 앉아 있던 준호는 자신이 왜 이 전공을 선택했는지 의문이 자꾸 떠다녔다. 다음 날, 취업 박람회 모니터에 띄워진 "당신의 목표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보자마자 옆에 있는 '평균 연봉' 항목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서류합격, 면접, 최종합격이라는 고된 과정을 거쳐 회사에 들어간 첫날, 준호는 자신이 꿈꾸던 게 이게 맞았는지 떠 올리려고 애썼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연차가 쌓이며 통장에는 급여와 성과급이 차곡차곡 쌓여갔지만,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아침, 깨어난 준호는 더 이상 자신은 꿈꾸고 잊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