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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줄 소설] 축복

by 새내기권선생

구독자 500만 명을 지닌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 현은 라이브를 켜며 오늘도 두 발로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침에 눈 떠서 두 손으로 이불을 걷고, 두 발로 화장실에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다들 알아야 한다며 미소 지었다. 댓글창에는 오빠 말이 맞아요, 감동받았어요, 오늘도 감사하며 살게요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는 건강한 몸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성공한 것이라고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영상 속 현은 두 발로 마음껏 뛰며 연습실을 누볐고 두 팔을 활짝 펴며 멋진 안무를 뽐냈다. 조회수는 급격하게 올라갔고 팬들은 열광했다.

그를 몇 년간 동경해 온 수진이었지만 가슴속 한 군데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라이브가 종료되자, 작은 모니터 화면에는 거대한 휠체어에 앉은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수진은 10년 전 사고로 잃은 다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그때의 감각을 떠올렸다. 현의 목소리가 자꾸만 귓가에서 맴돌았다 "두 발이 있는 건 축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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