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혁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고깃집에서 일했고, 기름 냄새를 온몸에 잔뜩 묻힌 채 집에 들어와 뜬눈으로 전공 도서를 펼쳤다. 친구들이 해외여행 가자고 제안할 때도 준혁은 고개를 저었고, 여유로워 보이는 동기들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이를 악물고 더 큰 다짐을 했다. 그는 주말도 없이 돈을 모아 통장 잔고를 늘려갔지만, 숫자는 늘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가게 된 한 사이트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닳도록 일해 모은 한 달 치 돈이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고, 그동안 기름때를 닦아내던 시간들이 한순간 바보 같은 짓으로 느껴졌다. 준혁은 매일 밤 사이트에 접속했고, 이길 때마다 알바도 공부도 모두 무의미한 것들이었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게임을 할수록 패배가 쌓여갔고, 통장 잔고는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이번 판만 따면 전부 돌아와'라고 생각한 준혁은 학자금 대출 금액을 마지막으로 걸었지만, 화면 속 결과는 냉정하게 'LOSE'를 가리켰다. 국내 여행이라도 떠나자는 친구들의 제안에, 준혁은 동태눈으로 "미안한데, 돈 좀 빌려줄 수 있어?"라고 물었다. 친구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침묵했지만 준혁은 그 침묵 속에서도 머릿속이 카드 게임으로만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