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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줄 소설] 직장인

by 새내기권선생

6시 30분 - 알람이 또 한 번 더 울렸다. 7시 23분 - 어제도, 그제도, 그 전날도 같은 플랫폼에서 전철에 타고 장난감처럼 전시되어 있는 이들을 발견했다. 우리는 제자리에 앉은 채 시속 25km로 알 수 없는 목적지로 달려갈 뿐이다.

오늘도 역시나 직장 동료 미연은 퇴사하고 싶다며 내 옆에서 혼잣말을 했다. 성환의 잠시 바람 좀 쐬고 오자는 제안에 옥상에서 담배를 30분 동안 피우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주백색 형광등 아래서 비어 있는 엑셀 시트를 채우고, 점심시간엔 3,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으로 허기를 채웠다. 퇴근 시간이 다 되자, 모니터 앞에 앉은 채 멍해 보이는 동료들이 보였다. 특히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 신입사원 진아는 이력서 사이트를 작게 올려두고 있었고, 그 옆으로 빨간색과 파란색이 왔다 갔다 하는 막대창을 켜 두고 있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침대에 누우며 - 이 쳇바퀴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하지만 정말 벗어나고 싶은 건지에 대해 - 생각하며 다시금 누웠다.

다시 한번 알람이 울렸고 커튼을 걷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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