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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줄 소설] 담배

by 새내기권선생

베르니아의 열다섯 살 소년은 어두운 골목에서 몰래 산 담배 한 개비를 피우려다 그만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경찰서 조사실의 차가운 공기는 그의 열다섯 해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거 같았다. 그가 저지른 일탈은 곧 죄가 되었고, 소년은 국가법 심판대 위에서 어깨를 움츠리게 되었다. 이 죄가 그의 졸업장과 미래에 붉은 흠집을 남길 거라는 확신은 그를 자꾸 짓눌렀다.

그 시각, 서쪽 대륙의 알토니아의 번화가 광장. 똑같은 열다섯 살 소녀는 카페 테라스에서 친구들과 깔깔대며 담배 연기를 자유롭게 하늘로 날려 보냈다. 지나가던 경찰관이 그들을 보자, "꽁초 처리 잘하렴"이라고 가볍게 충고를 했으며 그들의 흡연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알토니아의 법은 그들의 선택을 존중했으며, 어른들은 그저 책임 있는 흡연만을 당부했다.

똑같이 열다섯 살, 똑같이 담배 한 개비, 한 아이는 벽을 보고 서고 다른 아이는 웃으며 하늘을 보았다. 같은 연기가 피어올랐지만, 한 소년의 연기는 죄의 증거가 되었고 한 소녀의 연기는 자유의 숨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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