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어머니도 갱년기이셔?" 대학 동창 나희가 내게 던진 말이었다. 잠시 멈칫하며 아메리카노를 내려놓았다. "내가 이번에 화애락 사드렸거든, 엄마가 요즘 힘들어 보여서." 나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작 우리 엄마가 나이가 몇인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느새 우리 엄마도 그런 나이가 되었다는 걸 생각하니, 어딘가 낯설게 다가왔다. 엄마의 하나둘씩 늘어나는 얼굴 주름살들이 떠올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약국에 들렀다. 비닐봉지 속 포장 상자를 보자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현관문을 열자, 김치찌개 끓는 냄새가 현관 앞까지 퍼져 있었고 국자로 냄비를 젓는 소리를 들렸다. 방으로 들어가 선물을 내려놓고, 포장지를 뜯었다. 포장지를 버리려고 쓰레기통 뚜껑을 열었는데, 맙소사. 화애락 낱개 포장지 몇 개가 구겨진 채 쌓여 있었다. 한참 동안 포장지들을 바라보다가, 손에 든 선물을 만지작거렸다. 부엌에서는 다시 한번 국자로 냄비를 젓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