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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줄 소설] 셀럽

by 새내기권선생

나는 셔츠 단추를 하나 더 풀고 거울 앞에서 얼굴 각도를 조절했다. 쇄골이 살짝 보이되 너무 노골적이지는 않게, 사진을 스무 번쯤 찍고 그중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는 한 장을 골랐다. 차 키는 벤츠 로고가 살짝 보이게 테이블 모서리에 놓았고,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라는 멘트를 입력하고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팔로워가 5만 명을 넘었을 때는, 이제 10만 명만 되면 원하던 광고 여러 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며칠 뒤, 방송국 PD에게서 "연애프로그램 OO 출연 의향 있으세요?"라는 연락을 받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노트북을 켜고 지난 시즌들을 다시 정주행 하며 헌신적인 남자, 한 여자만 바라보는 남자가 시청자들에게 다시금 확인했다.

촬영 전날 밤, 거울 앞에 서서 웃는 연습을 했다. 자연스럽게, 하지만 카메라에 잘 담기도록 입꼬리는 적당히 올리고 눈은 부드럽게, "저랑 같이 데이트 가실래요?"라며 플러팅의 상황도 연습했다. 거절당해도 성숙하게, 시청자들이 안쓰러워할 만큼만 표정을 조절할 것. 다음 날 아침, 나는 카메라 앞에서 보이는 모든 각도를 머릿속에 그리며 촬영장으로 향했다. 이 프로그램이 끝날 때의 팔로워와 광고, 그리고 셀럽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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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