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대통령의 목소리가 청와대 브리핑룸을 가득 채웠고,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경찰청은 특별단속반을 꾸렸고, 24시간 신고 핫라인이 개설되었으며, TV에서는 연일 마약 사범 검거 소식이 흘러나왔다. 클럽 앞에는 경찰차가 진을 치고, 유흥가 골목마다 불심검문이 이어졌다. 한 달 만에 검거된 마약 사범은 500명을 넘었고, 정부는 브리핑에서 "강력한 단속으로 마약 청정 국가를 만들겠다"라고 발표했다. 수감 시설은 마약 사범들로 가득 찼고, 재판은 매일같이 이어졌으며, 언론은 마약 사범의 얼굴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했다.
어느 날, 출소한 준호는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마약 재활 치료를 받고 싶은데요." 직원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현재 우리 병원에는 해당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준호는 세 곳의 병원에 더 전화를 걸었지만, 대답은 모두 같았다. 그날 밤 준호는 핸드폰을 꺼내 익숙한 채널로 메시지를 보냈고, 그는 또 다시 익숙한 골목에 도착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