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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줄 소설] 탐욕

by 새내기권선생

만원 지하철, 지유는 자신의 낡은 에코백을 가리며 맞은편에 앉은 여자의 샤넬 백을 훔쳐보았다. 성공의 증표 같았고, 지유는 초라함을 들킬까 봐 가방끈을 더 세게 쥐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인스타그램 속, 제주도 바다를 배경으로 웃고 있는 프리랜서 친구를 멍하니 응시했다. 꽉 막힌 출근길 지하철과 달리 사진 속에는 끝없는 수평선만 펼쳐져 있어, 그 자유로운 풍경을 동경했다. 하지만 그 프리랜서는 이번 달 수입이 '0원'이라는 불안감에 떨며, 월급이 매달 꽂히는 친구의 사원증을 부러워했다. 불규칙한 삶 대신,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지루한 쳇바퀴가 가장 안전해 보였다. 그 대기업 친구는 상사의 폭언을 견디며, 회사 앞 작은 빵집 주인의 '상사 없는 삶'을 동경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오직 고소한 빵 굽는 냄새만 맡으며 사는 그 소박한 일상이, 그에게는 꿈꾸던 천국이었다.

지유는 거울 속의 지친 얼굴을 씻어내며 누군가는 별 탈 없이 귀가한 나를 부러워할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유튜브에 '명품 가방'을 검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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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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