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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줄 소설] 무임승차

by 새내기권선생

법정은 엄숙했고, 피고인석에 앉은 남자는 고개를 바닥에 떨구고 있었다. 재판장이 서류를 펼치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2025년 형사 제4782호 사건, 피고인은 지난 올해 초 부터 현재까지 교통 요금을 내지 않고 지하철 2호선을 무단으로 4회 탑승했습니다." 남자는 입술을 떨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계속 말했다. "피고인이 실직 상태였다고 하지만, 위법 행위를 결코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합니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저 고개만 더 깊이 숙였다. 재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거실 TV를 켰다. 뉴스에서는 46억 원 횡령 혐의를 받던 대기업 임원이 3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남자는 리모컨을 내려놓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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