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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줄 소설] 직장인

by 새내기권선생

대학생 수진은 카페에서 알바를 하며 시계를 보았다—오후 두 시, 네 시간만 더 서 있으면 오만 원을 벌 수 있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단톡방 메시지가 쌓여갔다. "오늘 영화 보러 갈 사람?", "이번 주에 강릉 여행 가실 분!" 수진은 그날 저녁 친구들과 강릉에 갔고, 새벽 세 시까지 바닷가에서 떠들었다. 한 달 뒤 통장에는 팔십만 원이 찍혔고, 수진은 대학생들이 주로 한다던 유럽 배낭여행을 검색하다가 항공권 가격을 보고 화면을 껐다.

칠 년이 흘렀다. 직장인이 된 수진은 월급날 통장 잔액을 확인하고, 제주도 항공권을 예매하려고 달력을 펼쳤다. 하지만 주말마다 "프로젝트 마감", "회의 준비", "보고서 작성"이 빼곡했고, 적당한 날짜를 찾을 수 없었다. 석 달 뒤쯤으로 미뤄두었지만 그때도 또 다른 업무가 생겼고, 항공권은 계속 연기되었다.

어느 토요일 오후, 수진은 소파에 누워 클라우드에 저장된 대학 시절 사진을 스크롤했다. 친구들과 즉흥적으로 강릉에 갔던 날, 새벽 세 시까지 바닷가에서 떠들던 날의 사진들이 지나갔다. 수진은 월요일 출근 시간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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