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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Sep 09. 2024

AI 이녀석, 예의가 없네.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이 된다고 한다. 여름 내내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를 받았다.

우리 교실도 AI 바람이 불었다.

올 해 도교육청 사업에 지원하여  장애학생을 위한 디지털 선도교실을 운영하고 있기때문이다.


디지털, AI. 쉽지 않지만 그래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하고

친구들이 한 발 내딛을 때 열 발은 더 쫓아가야 하는 나의 아이들도 시대의 흐름에 맞츠고자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교육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 놀라운 것이 아이들은 이미 기기 사용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한글을 읽고 쓰고, 글을 이해하는 문해력은 어려움을 보여도  스마트 기기를 다루는 손가락놀림은 기가막히게 재빠르다.

'그래, 너희들 잘 적응할 수 있겠구나. 오히려 내가 배워야 겠는걸?'


우리 교실에도 인공지능 스피커를 설치했다.

나는 수업 중에도 잘 모르는 단어 뜻이 있으면 큰 소리로 묻는다.

예전처럼 사전을 찾기도 하지만 기기를 이용하는 법도 알려줘야 하기에 아이들 앞에서는 시범처럼 묻곤 한다.


오늘은 '할머니 방앗간' 그림책을 읽으며 지난 시간에 있었던 떡 만들기도 떠올려보고,

그림책의 내용처럼 다음주에 있을 추석에 대해 이야기도 해 보았다.

"얘들아 이 그림책 표지를 봐바. 뭐가 보일까?"

"떡이요."

"그래, 그럼 떡만드는 곳을 뭐라고 하지?"

힘찬이가 자신있게 말한다.

"급식실"

하하하하 그럴 수 밖에 우리는 늘 학교 급식실에서 송편을 빚고 있으니,

힘찬이에게 떡만드는 곳은 급식실 인 셈이다. 우리반 아이들은 생활 지식이 아주 높은 아이들인게 분명하다.


"헤이 구글, 방앗간이 뭐야?"

"네, 방앗간은~~~~~~ 위키백과에 의하면.... " 하고 설명을 한다.


그런데 이 헤이 구글이라는 아이는 늘 말이 짧다.

말이 존대도 아닌 반말도 아닌 중간치의 말로, 반말에 더 가까운 말로 대답을 한다.

계속해서 질문이 오고 간다.

"미숫가루는 뭐야?"

"미숫가루는 ~에 의하면.." 또 다시 말이 짧은 대답이 이어진다.


한참을 듣던 힘찬이가 헤이 구글을 향해 돌아 앉더니

"이 구그리 녀석 계속 보자보자하니 우리 선생님한테 계속 반말하네. 버릇없게." 

한다.


스마트 기기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나보다.

늘 말끝마다 반말아닌 반말로 대답하는 구글이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귀여운 힘찬이.


아무리 AI가 세상을 이끈다고 해도 감히 우리 선생님한테 반말하는 헤이 구그리보다

한글을 읽고 쓰는 배움은 느려도 어른도 알고, 선생님께 존댓말을 사용해야하는 힘찬이가 훨씬 낫다.


AI,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우리 힘찬이보다는 아니다.


"헤이 구글, 우리 힘찬이한테 예의에 대해서 좀 배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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