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눌 시간 - 93일
개학 3일 차. 아직도 우리에게는 방학이야기가 한창이다.
아이들은 방학 동안 계곡, 물놀이 한 번을 다녀오지 않았다.
그저 집과 돌봄 기관을 다니며 방학을 보냈다.
정말 학교만 잠시 쉬었을 뿐 아이들의 일상은 너무나 특별할 것이 없는 시간이었다.
방학 중 학교에 나온 김에 아이들이 다니는 지역 돌봄 기관에 방문을 했었는데
우리 반 아이들에게는 내가 그곳에 왔었다는 것이 큰 화제였던 것처럼
조용한 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방학도 모든 것을 멈추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나치게 많은 경험과 여행으로 얼굴이 그을리다 못해 시커메진 나의 아이의 방학을 생각해 보니
우리 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보호자들에게 화가 나기도 했고, 속상한 마음이 밀려온다.
'아니 왜 이 무더위에 물놀이 한 번을 안 했냐고...' 투덜투덜 해보지만
결국 나도 그 어른들 중 한 명일 뿐
아이들의 무더웠던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진 못했다.
누굴 탓할 것 없이 나도 결국 똑같은 어른이었다.
아니 내가 제일 나빴다.
아이들의 가정상황 뻔히 알면서 나라도 해줬으면 되는 것인데.
한숨만 내쉬었다.
그러다 결국 볼멘소리도 했다.
"아이고, 물에 발 한번 못 담그고 방학을 보냈구나."
"선생님, 괜찮아요. 어찌 보냈든 잘 지냈으면 되는 거잖아요."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은 아이들이다.
지나간 계절을 붙들려하지 말고, 안타까워하지 말자.
다가올 시간과 계절을 찐하게 맞이해 주고 그 시간에 층층이 우리의 시간을 쌓아 두기로 하자.
울림이 있는 그 말처럼,
어찌 보냈든 잘 보내고 모두 건강하게 만났으면 된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