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화 Aug 22. 2024

어디 돈 찍는 기계 파는 곳 없나요?

힘을 내요 지혜씨,

자려고 누웠다가 벌떡 일어났다.


우리 반 힘찬이 엄마 지혜씨는 하루에 세 개의 일을 해왔다.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여자이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왔지만 한국말도 잘하고, 손님들 주문도 외워서 척척이고 친절해서 어딜 가나 인기 있는 분이다.

아주 작은 틈새 시간이라도 그냥 보내는 일이 없다.

몸이 아픈 신랑을 대신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 그 여린 몸으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일을 하기도 버거울 때 세 개는 거뜬히 해내야

아이들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그 욕구를 채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혜씨가 하던 아르바이트 중 주된 수입원이었고, 가장 오랫동안 일해온 식당이 문을 닫았다.

이 불경기를 시골마을의 작은 중국집이 견디기엔 너무나 버거 웠을 것이다.

식당 하나가 문을 닫는 것은 그 가게의 사장의 생계뿐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던 또 다른 가족들의 생계와도 연결되어 있다.


1교시 수업을 하며, 힘찬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보냈더니

지혜 씨는 그 모습이 고마웠나 보다. 그것에 대한 고마움을 이야기하고 난 뒤

일을 하던 식당이 문을 닫은 후의 경제적 어려움과 가정생활의 어려움을 쏟아냈다.

직장을 잃고 난 뒤의 경제적 힘겨움과 가정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곳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걸 왜 나한테 말하느냐고 짜증을 낼 수도 있는 일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그녀가 힘이 들 때, 내가 생각나고, 내가 그녀의 속앓이를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나 또한 한숨이 푹푹 나온다.

어디 하나 속 시원한 곳이 없다.

건강하던 남편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요양원에서 생활한 지 2년 가까이 되어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1년 넘게 병원비 지원이 있었는데 12월이 되면 그마저도 끝난다.

가장이 되어버린 지혜 씨는 아이들과 살아갈 궁리를 하지만 그 방법이 마땅치 않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어디 돈 찍는 기계 없나?

그런 기계 있으면 내가 좀 사거나, 빌려서 지혜씨가 한숨 덜 쉴 수 있게 팍팍 좀 찍어주고 싶다.


누구보다 똑똑하고 따뜻한 지혜씨가 좀 웃을 일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우리 힘찬이가 배움도 깊어지고 예쁜 마음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자식의 성장은 모든 부모에게 가장 큰 버람일 테니까.


나 비록 돈 찍는 기계는 빌리지 못하더라도

힘찬이가 지혜씨의 힘이 될 수 있도록 예쁘게 자라는 데는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부지런히 가르치고, 다듬어 주어야지.


‘지혜씨, 오늘처럼 마음이 힘들고 속상할 때는 내게 전화 주세요.  우리는 한 팀이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배움의 즐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