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내 마음 치료법
아침에 외출을 하려고 옷을 챙겨 입으려는데 목도 늘어나고 봉제선도 틀어진 아끼던 티셔츠에 손이 갔다. 처음에 샀을 때는 너무 마음에 들어서 보자마자 구매를 했고 입어 본 순간 내 몸에 딱 맞아서 정말 마음에 드는 티셔츠였다. 좋아하는 티셔츠라서 자주 입었고 여러 번 입다 보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낡고 헤졌다. 티셔츠 입장에서는 조금 서운하고 배신감도 들겠지만 색도 바래고 낡은 티셔츠는 어느 순간부터 잘 입지 않게 되었다. 꼭 티셔츠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은 그 수명이 있기 마련이다. 매일매일 쓰고 버리는 것도 있고 수십 년을 사용하는 그런 물건도 있다.
너무나 만들고 싶어 애를 써서 만들어낸 의류 아이템이 있다. 꼭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제품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어도 직접 사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만들어낸 제품들이다. 혹은 예술적인 영감이 뛰어나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녹여내어 만들어낸 의류 브랜드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잘 팔릴 것 같아서 만들어 낸 의류 아이템도 있다. 꼭 의류가 아니더라도 패션 관련 아이템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최근에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자주 목격하게 되는 그런 일들이 있다. 정말 많은 노력을 해서 만들어낸 패션 제품을 짧은 기간 동안 판매를 하고 급하게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는 일이다. 물론 패션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들도 이런 경우는 수 없이 많다. 제품을 기획해서 생산을 하고 판매를 했는데 생각보다 인기가 없어서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누구라도 추가적인 생산과 판매를 중지할 것이다. 돈도 안 벌리고 손해만 보는데 계속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아마도 평범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다. 패션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만큼 기회도 많고 일도 많다. 시즌이 많아지니 그 많은 시즌에 보여주고 싶은 다양한 디자인도 생겨난다.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많은 디자이너나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특히 더 그럴 것이다. 다만 안타깝지만 그 열정이 오래가면 좋겠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면 시들해 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패션 브랜드에서 기획자나 디자이너의 수명은 길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일반적인 경영자들은 한 시즌이나 두 시즌 동안 예상했던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디자이너 또는 기획자의 책임을 하며 교체를 하는 일이 많았다. 뭐 디자이너나 기획자의 교체만 있는 경우도 있고 아예 패션 사업 자체를 종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무튼 문화나 영감이 사람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그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거나 버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진득하게 기다릴 수 있는 기다람의 미학이 통하는 케이스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기다림이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그냥 중단하거나 버림의 미학이 해결책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요즘 다양한 이유로 산 또는 섬에 들어가서 사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다. 자연과 교감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은 각자 고난과 역경을 경험하고 마지막으로 자연을 찾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겪은 경우가 많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도 있고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도 있었다. 각자 다양한 이유로 자연을 찾았지만, 공통적으로 자연을 찾은 사람들이 느끼는 만족과 행복은 아주 높은 것 같았다. 불편한 점도 있을 것이고 자연에 들어오기 전의 삶과는 다른 생활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런 것보다는 신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자신이 느끼는 만족과 행복이 다른 불편한 점보다 큰 것 같았다. 홀로 지내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그런 행복이다.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는 이런 행복을 언제 느꼈는지 기억이 나는가? 낡은 티셔츠 또는 양말이면 버리거나 다른 용도로 재활용을 할 수 있지만 지치고 낡고 상처받은 우리들의 마음은 어떻게 치유하고 회복을 해야 할까? 참 어려운 문제이다. 어렵고 무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 겪는 일이기도 하다. 지치고 힘들 때 내 마음을 위로하고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아는 사람은 진짜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쓰던 물건이나 진행하던 일이라면 그만두거나 버리거나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상처받거나 다친 우리들의 마음은 버릴 수가 없지 않은가..
참 어렵지만 누구나 겪는 일이기에 낡은 티셔츠를 보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있는 참이다. 길게 이야기해도 정답은 없는 그런 이야기인 것을 알고 있다.
딱히 대안이 없다면 자연과 소통하며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처럼 자연과 교감을 해보는 것을 권한다. 지금 문밖은 온갖 색의 단풍들이 저마다의 멋을 뽐내며 유혹을 하고 있다. 걷기만큼 사람에게 좋은 운동은 없다고들 한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누구에게 물어보지도 말고 당장 가벼운 겉옷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서 걸어보자. 그냥 목적 없이 걷다 보면 버리지 않아도 상처받은 우리들의 마음을 낫게 해 줄 무언가가 보일 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일어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