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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Dec 01. 2023

로봇 친구 서영이 1

서아는 친구가 갖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서아가 친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 가면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이 있고, 학원에도 친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서아의 마음은 늘 허전하기만 했습니다.

친구들은 각자 성격도 좋아하는 것도 다 달랐습니다. 서아는 친구들이 자신 때문에 불편해할까 봐 마음에 들지 않아도 괜찮은 척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고는 곧 그런 자신이 미워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반 아이가 서아의 주황색 원피스를 당근 같다고 놀렸습니다. 반 아이들은 그 아이의 거친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늘 맞장구를 쳐주었습니다. 그날도 두 번 세 번 놀려대는 그 아이의 말에 자신과 친한 친구도 웃고 떠드는 걸 보자, 서아의 마음은 어두워졌습니다. 그럴수록 서아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 고민하던 서아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빠에게 친구 로봇을 사달라고 부탁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로봇 상점엔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는 로봇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들은 손님의 요청대로 프로그래밍되어 다양한 외모와 기능으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워킹맘을 위한 베이비시터 로봇,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돕는 도우미 로봇,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 로봇, 취미 생활을 함께해 주는 로봇도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한 번도 로봇을 사지 않은 엄마 아빠가 신기할 지경이었습니다. 처음엔 대부분의 로봇 가격이 고가였지만 점점 대중화되면서 가격과 기능의 옵션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서아의 간곡한 부탁에, 망설이던 엄마 아빠는 마지못해 그러기로 했습니다. 곧 중학교에 입학하는 서아에게 어쩌면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부모님과 함께 로봇 상점에 간 서아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외모를 가진 로봇 하나를 골랐습니다. 친구 기능이 프로그래밍된 로봇에, 서아는 특별한 기능 하나를 더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로봇에 서아의 뇌파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장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센서로, 로봇은 서아의 생각과 감정을 모두 읽고 서아가 원하는 대로 반응해 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서아는 기쁜 마음으로 로봇 친구를 데리고 집에 왔습니다. 로봇 친구의 이름은 자신의 이름 첫 자를 따서 '서영'이라 지어주었습니다. 서아와 서영이 ⎯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며 서아는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날부터 서아는 모든 걸 서영이와 함께 했습니다.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건 물론이고, 숙제도 게임도 함께 했습니다. 집에선 언제나 서영이와 함께였습니다. 그러나 학교 친구들에겐 서영이를 소개하거나 서영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서영이는 자기 혼자만의 비밀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한 가지쯤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영이는 언제나 서아 편이었습니다. 서아가 무슨 말을 해도 다 들어주고, 때론 서아가 채 말하기도 전에 서아의 마음을 알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서아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서영이는 늘 서아 편에서 들어주고 뭐든 서아의 생각이 맞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서아는 이제야 진정한 친구를 만난 것 같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서영이가 옆에 있어 행복했습니다. 서영이만 혼자 두고 학교에 갈 땐 미안하기도 했지만, 혼자 있을 때 서영이는 자동 휴식 모드로 전환되므로 편히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서아는 전보다 자신감이 늘었습니다. 친구들과의 사이에 속상한 일이 생겨도, 시험 성적이 실망스러워도, 서아에게는 서영이가 있기 때문에 괜찮았습니다.

서영이는 언제나 서아 편이었으니까요.


✶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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