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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Nov 17. 2023

내 동생 노아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조슈아입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고요, 초등학교 3학년인 동생 노아와 엄마, 아빠랑 살고 있습니다.

내 동생 노아는 네 살 때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습니다. 나는 어려서 자폐가 뭔지 잘 몰랐지만, 엄마 아빠가 몹시 슬퍼하는 걸 보면서 두렵고 힘들었습니다.

동생은 내가 말을 걸어도 대답을 잘 안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습니다. 동생과 같이 놀고 싶었지만, 동생은 혼자 책을 보거나 그림 그리는 걸 더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동생은 내가 자기 책이나 크레용을 만지면 소리를 지르고 울면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화를 잘 내는 동생 때문에 기분이 상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동생이 화내지 않고 잘 노는지 알게 됐으니 뭐, 괜찮습니다. 내 동생 노아는 누군가 장난감을 흩뜨려 놓거나 놀이를 방해하지만 않으면 대부분 밝고 다정한 아이입니다.


오늘은 며칠 전 일어났던 신기한 일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내 동생 노아는 사슴과 동물을 무척 좋아합니다. 사슴과에 속하는 그 많은 동물들의 이름과 사는 곳, 그들이 먹는 식물의 이름까지 모두 외운답니다. 노아는 다섯 살 때부터 사슴과 동물에 대한 책이나 비디오를 찾아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슴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빼놓지 않고 보았습니다. 그러고는 그 내용을 모조리 외워버리는 것이었어요. 지도를 펼쳐놓고 사슴과 동물 ⎯ 노루, 순록, 꽃사슴, 고라니 등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척척 짚어내기도 합니다. 나는 이런 내 동생 노아가 무척 놀랍고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노아 때문에 난처했던 적도 있습니다. 노아는 하루종일 사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우리 가족뿐 아니라 누구를 만나도 노아는 "사슴 본 적 있어요?", "사슴과 동물 중에서 어떤 동물이 제일 좋아요?", "순록이 무슨 풀을 먹는지 알아요?" 같은 질문을 합니다. 상대방이 곤란한 표정을 지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슴에 대해 길고 긴 설명을 해줍니다. 다른 사람에겐 재미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오늘은 그만하는 게 좋겠다고 옆에서 엄마가 설득을 해도 막무가내였습니다. 다행히, 노아가 3학년이 되고 나서는 엄마나 내가 잘 말해주면 상대방에게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마무리할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내 동생 노아의 방은 온통 사슴 그림들로 가득합니다. 노아는 갖가지 사슴 그림을 그리고 사슴에 관한 책을 읽으며 지냅니다. 사슴 그림이나 책에 열중해 있을 때 노아는 세상 가장 행복해 보입니다. 노아가 행복한 게 기분 좋아서 가끔 내가 먼저 사슴 이야기를 꺼내기도 합니다. 그러면 노아는 사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마 이 세상에 노아보다 사슴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노아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집에 노루가 올 거라는 것이었어요.

고라니라면 모를까, 길 위라면 모를까, 노루가 우리 집에 올 리는 없었습니다.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 동네에서는 가끔 고라니를 볼 수 있지만 노루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노아는 노루가 우리 집에 올 거라고 날마다 말했습니다. 노루가 너무 보고 싶어 그러는 거라고, 우리 가족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이었습니다.

거실 창으로 바깥을 내다보던 노아가 소리쳤습니다. "저기 봐! 노루가 왔어!"

주방에서 그 말을 들은 엄마가 말했습니다. "그래? 잘 됐네."

엄마 옆에 있던 나도 말했습니다. "야, 멋지겠는데!"

우리는 노아의 상상에 그저 맞장구를 쳐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노아는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고 계속 창 밖을 보고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엄마와 나는 다가가 노아가 바라보는 쪽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나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 우리 집 앞 뜰과 차고 문 앞에 커다란 사슴들이 모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니라 모두 일곱 마리나 되었습니다.

어느새 우리 곁으로 다가온 아빠도 놀라서 "어, 어, 저게 뭐야?" 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노아는 "노루야. 노루가 왔어."라고 말하며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으려는 듯 그들을 뚫어져라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노루가 아니라 고라니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한번 더 놀랐습니다. 고라니와 다른 뾰족한 귀와 하얀 털이 돋아난 그들의 엉덩이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앞을 탐색하듯 기웃거리는 그들은 틀림없는 노루였습니다. 이웃들도 노루를 발견하고는 모두 신기해하며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내 동생 노아가 알고 있었어요. 노루가 올 걸 알고 있었어요' 하고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집 앞에서 정말로 노루를 보다니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노아가 그렸던 노루가 그림 속에서 나와 우리에게 온 것 같았습니다.

우리 동네 가까이엔 살지 않을 줄 알았던 노루들이 어떻게 우리 집 앞까지 왔을까요. 심한 날씨 변화 때문에 먹을 걸 찾아 먼 데서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노루들이 뒷산 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계속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노아가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내 말이 맞지! 노루가 우리 집에 왔지!"

그 순간 내 동생 노아의 입가에 살짝 떠돌던 미소를 나는 보았습니다. 그리고 노아의 그 미소를 왠지 오래오래 잊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 마음 가득 즐거움이 차올랐던 그날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게 만드는 멋진 아이, 노아는 내 동생입니다.



✶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사건은 허구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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