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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Jun 20. 2024

레미제라블을 읽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카페 이야기)

24년 6월 20일 읽고 있는 책

지금 읽고 있는 책 소개를 올리고 있는 연재북 이름은 <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만>이다. 연재북 소개 일부는 이렇다.

일주일에 한 권 읽는 독서량에 맞게 읽은 분량 안에서 책을 소개하며 그와 함께 따라 올라오는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어느 방향으로 나갈지 모르는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어떤 책은 여기에 실리지 못하고 지나가거나 혹은 여러 번 실릴 수 있다. 그러나 영 책에 대한 얘기를 끄집어내지 못하면 책을 놓아두거나 읽고 있는 장소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할 테다.


책과 어울리는 카페 유형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이 연재를 추천한다고 했다. 19편(20편, 토지가 잘 못 올려졌다…) 올리는 동안 책을 읽는 카페를 언급하지 않아 ‘책과 어울리는 카페 유형이 궁금하신 분’을 뺄까 했다. 오늘에야 이 부분을 살려 놓을 명분이 생겼다.

어제까지 토지 3권을 다 읽었다. 오늘부터 레미제라블을 읽기 위해 가방에 챙겼다. 퇴근 시간과 운동 시간 사이 짬나는 동안 카페에서 책 읽으려고 어디 갈지 고민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다고, 스쿼시 센터와 가까운 치우친 취향 책방에 갔다. 어제도 갔는데 오늘도 갔다. 어제는 시원한 차를 마셨고, 오늘은 무알콜 맥주를 시켰다. 출출해 쿠기도 시켰다. 사장님께서 샌드위치도 나눠 주셨다. 먹고 있는데 사장님도 나도 아는 분이 오셨다. 그때부터 신나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스쿼시 우리 반 사람끼리 있는 단체 톡방에 5시 반까지 가겠다고 남겼지만 쉽게 엉덩이를 뗄 수 없을 정도로 끝없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책방에 들어가 주문한 음료와 간식을 받고 표지가 나오게 책을 두고 사진 찍었다. 표지를 열고 빅토르 위고 작가 소개 몇 줄 읽다 말았다. 나오면서 책을 가방에 다시 넣는데 속으로 한탄이 나온다.


책 읽자는 마음은 어디로 갔냐며. 어제 청소년 학원 픽업으로 못 간 요가 수업을 오늘 듣기로 했다. 스쿼시 마치고  부랴부랴 준비한 후 요가까지 들으면 9시다. 청소년 픽업은 10시다. 요가원 밑에 있는 카페에 가면 40분은 읽을 수 있다. 집에 들어가면 티비 리모컨부터 만지니까 집은 책 읽기 위험하고 적절하지 않다. 요가 수업 끝나자마자 카페에 갔다. 작가 소개는 앞으로 있을 나머지 4권에도 있으니까 자투리 40분인 지금 읽기를 패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5쪽까지 읽었다. 문제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이게 어떻게 되었냐면(오늘 글은 이제부터인가?)

음악 소리가 우선 크다. 매우 크다. 대형 카페가 아닌 프랜차이즈 카페로 20평 정도다(대충, 내 맘대로). 그 안에서 음악 소리가 얼마나 큰지 귀에 박힌다. 틀어 놓으신 음악이 클래식이라면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아이돌, 걸그룹 노래들이다. 완전 망했다. 옆 테이블은 인근 학교 중학생이다. 수행평가가 있는지 영어 지문을 외우고 있다. 귀는 거기에도 열리고 노래에도 열리고. 노랫소리가 너무 크니까 얘들도 몇 줄 외우다가 손짓하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책을 덮고 핸드폰으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더 이상 책을 읽을 수 없으니 마음 접기로 했다. 책 읽을 때보다 핸드폰 가지고 놀 때 시간이 더 잘 가는 법. 9시 49분이다. 청소년 학원으로 가야할 시간이다. 남은 음료 테이크 아웃으로 가지고 나왔다.


동네 카페 갈 때마다 고민한다. 5시쯤에 가면 어린이들은 없는지, 음악 소리는 크지 않은지, 커피 맛은 어떤지… 동네 카페 중 아이들 편히 있다 가라고 장난감에 마루 같은 공간이 있다. 아이들이 노는 건 상관이 없지만, 우당탕탕 할 때면 공간 안에서 소리가 울려 힘들 때가 있다(난 노키즈존을 반대한다). 그런 이유에서 유치원생 많이 오는 시간인지 잠시 생각할 뿐 음악소리가 큰지, 테이블 높이는 적당한지, 의자는 어떤지 따지는 건 꼭 동네 카페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책이 넘어가지 않으니 이 카페는 거를까 말까 하는 중이다. 1분 1초라도 아끼려 왔는데 별다방이나 갈 걸 그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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