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05월 02일 읽고 있는 책
지난 목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에 요가하러 가면서 챙겨간 책이다. 왕복 밤 비행기를 이용했기에 비행기 안에서 많이 읽을 수 없었지만, 고속버스에서 읽은 덕에 요가여행 기간 동안 10퍼센트 이상 읽을 수 있었다. 여행 갈 때 책 읽을 욕심에 2, 3권씩 챙겨가던 시절은 지났다. 운이 좋으면 1권 다 읽을 수 있음을 나는 파악했기에 1권만 챙겨간다. 운이 좋아 1권 이상 읽을 일이 생긴다면 이북도 있고, 여행지에서 들른 책방에서 아마 구입했을 것이므로 걱정 없다. 이번처럼 해외여행이더라도. 여행기간 동안 요가만 하더라도 1권이면 충분하다.
요가를 위해 해외는 처음 가는 기념비적인 순간이니까, <요가, 에마뉘엘 카레르> 책을 챙겼다. 작년 가을쯤이던가, 샀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가 이제 읽을 타이밍이 된 것이다. 책날개에 저자와 책소개가 있다.
<왕국> 이후 6년 만에 발표한 소설 <요가>는 불륜 관계, 정신과 이력 등 가장 내밀한 이야기까지 파고드는 가차 없는 철저함과, 이질적인 텍스트들로 꾸려 나가는 구성 등으로 카레르의 독창성과 원숙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며 평단과 독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은 작품이다. 책은 문학적 성공과 일상의 행복을 누리던 카레르가 <요가에 대한 기분 좋으면서도 세련된 책>을 쓰기 위해 프랑스 시골로 열흘간의 명상 수련을 떠나며 시작된다. 그러나 집필 시작과 동시에 잇따른 악재들로 인해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린 카레르는 그 모든 것을 낱낱이 직시하며 자기 탐구의 여정을 기록하게 된다.
책날개에 소개된 부분을 보며 작가가 '에마뉘엘 카레르'인데 주인공이 '카레르'라고? 하며 몇 번이나 작가 이름과 비교했다. 일치했다. 자전적 소설이라는 의미인가? 소설에 주인공 이름이 드러나는지 살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도입은 주인공인 내가 열흘 동안 묵언 수행(고귀한 침묵)하는 곳에 들어간다. 휴대폰도 책도 두고 온 나는 요가와 명상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에 이 시간을 잘 지나갈 것이라 여긴다. 주인공인 나는 책날개에 언급한 작가 자신임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명상을 위해 이곳에 찾아온 진짜 이유를 말한다.
50쪽
이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바람직한 루틴을 재차 이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자, 이제 내가 고백할 수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자꾸 말을 돌리고 있으며, 또 다른 이유, 즉 좀 더 고백하기 힘든 이유를 실토해야 할 터인데, 사실 내가 여기 온 것은 책을 한 권 쓰기 위해서인 것이다.
책은 열흘 동안 혹은 열흘이 되지 않는 시간 동안(작가가 그전에 이곳을 떠난다면) 이야기를 적을 것이다. 열흘이 한 권으로 풀어지려면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적을까. 이미 작가는 스스로 요가나 명상했던 방법, 관점을 50쪽 넘는 페이지를 할애해 설명했다.
52쪽
<내가 요가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아주 많은 사람들이 실행하고 있는 유익한 체조일 뿐만 아니라 의식의 확장과 통일을 목표로 하는 수행법들 전체이다. 요가는 우리가 혼란스럽고, 조각나고, 겁 많고 작은 나와는 다른 어떤 것이며 그 어떤 것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하나의 길인데, 우리보다 먼저 그 길을 간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은 우리에게 그 길을 가리키고 있다. 만일 그들이 말하는 것이 참이라면 우리도 한번 가서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요가 여행 중에 나를 붙잡는 많은 문장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