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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May 16. 2024

태양의 아이들, 한요나 장편소설

24년 5월 16일 읽고 있는 책

넥서스 앤드는 넥서스 출판사에서 소설 브랜드를 일컫는다. 앤드는 & 기호로 ‘너와 나의 세계를 잇다’는 뜻이다. 여기서 나온 책 중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먼 빛들>, <2의 세계> 읽었다. 경장편 분량을 중심으로 펴내는지, 소비층의 기호에 맞게 펴내기 때문에 분량이 비슷해졌는지 모르겠지만, 분량이 비슷했다.

넥서스 앤드에서 한국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북스타그램, 북튜브, 서평블로그를 하는 사람을 모아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앤드러블“ 5기를 모아 활동한다. 신간이 나와 서평단 모집 할 때 재미있을 것 같은 책에 응모해 보는데, 소설 읽기라니 또 근질근질해져 신청했더니 이번에도 운이 좋게 당첨되었다. 처음으로 읽은 책은 <숨진 김 영감네 개가 수상하다>였다. 청소년소설, 장편소설, 성장소설로 가볍고 재미있게 읽었다. 두 번째로 온 책 <태양의 아이들>을 읽고 있는 중이다.

24년 5월 12일 초콜릿책방에서 진행된 <먼빛들> 책모임

새빨강 색 긴 머리를 한 교복 입은 학생의 옆모습과 짧은 검정 머리를 한 학생의 옆모습이 맞닿아 있다. <숨진 김 영감네 개가 수상하다>처럼 청소년 소설로 보인다. 작가 소개를 보니 SF소설과 시를 쓰고 있다는 첫 문장이 있다. SF 소설인가 추측한다. 작가 소개 마지막 두 번째 문장이 특이하다. SF시집을 내는 게 꿈이다. SF시집은 어떤 문장들이 될지 진심으로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다. 문보영 작가 시집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 읽고 그야말로 시집과 절교했으리만치 어려웠는데. 이 시집이야말로 SF시집 아닌지 의문이다. 한요나 작가가 쓰려는 SF시집이 문보영 작가 글과 비슷하려나. 궁금하면서도 선뜻 내키지 않는 영역에 존재하는 글 같다.

<태양의 아이들>은 추측대로 SF소설이다.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역을 1로 정하고 최상류층에 해당한다. 그들의 상징은 검은 머리, 주근깨다. 7구역까지 있는데 3구역에서 자란 나(하루, 화자)는 갈색 머리카락이며, 다른 구역으로 가본 적 없다. 5구역에서 온 주하는(표지에 보이는 새빨간 머리카락) 5구역에서 왔다. 5구역에서부터 머리카락 색깔이 다양하다. 주하는 이 중에서도 돌연변이로 태어났는지 재생 능력이 뛰어나다. 새빨간 머리카락이 특징인 주하같은 아이들을 ‘태양의 아이들 : C.O.S(Children of the Sun).’라고 부른다고 했다.

구역으로 나누어진 사회적 계층은 햇볕을 마음껏 쬘 수 없어 럭스라는 단위(?) 도구(?)를 충전하면 햇볕을 쬔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이한 색깔의 새빨간 머리카락 1센티가 10럭스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인터넷에 떠돌아 거래의 대상이 된다. 학교도 등급이 나누어져 반이 정해졌는데 1구역에 사는 아이들은 쉽게 입학할 수 있지만, 그 외 구역 아이들은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야 겨우 입학한다. 성적이든 체력이든. 1구역 아이들처럼 보이고 싶어 럭스를 충전하려 밀거래를 한다.

어느 날, 나는 동아리 포스터를 붙이기 위해 학교 구석구석 다니고 있는데, 밀거래하는 주하의 목소리를 듣는다. 나와 주하의 우정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밀거래를 하는 주하를 신고하지도 않고, 궁금하지만 다짜고짜 물어보지 않는 나를 보며 주하는 자신의 비밀을 하나 둘 털어놓는다. 이 둘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14쪽
아이들에게 서류상의 주소지나 출신 중학교 같은 것들보다도 외모가 중요했다. 겉보기에 좋은 햇빛을 많이 먹은 아이들은 색부터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더 많은 햇빛을 빨아들일 수 있는 어두운 색 머리카락, 어두운 색 눈동자, 먼지를 걸러 낼 필요 없는 짧은 속눈썹, 털이 없는 부드러운 살 같은 게 경쟁력인 셈이었다. 주근깨가 있다면 최상급으로 분류되었다. 주근깨야말로 진짜 햇볕을 쬐었다는 증거. 주근깨는 아이들 사이에서 ‘빛의 손길’이라고 불렀다. 일부러 문신을 하거나 화장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김초엽 작가 <파견자들> 읽어보면 지구의 다음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햇볕을 귀하게 여기는 모습이라던지 균류가 지배하는 세상이 된다던지. 지하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 완전한 SF라는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는다. 이 책도 그런 기분이다. 지금은 마음껏 누리는 자연환경이 귀해지면서 계급이 나뉘고 각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사는 사회. 읽은 SF소설 중 이런 내용들이 생각보다 많다. 김기창 작가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은 기후 위기를 중심으로 한 미래 사회를 그렸으니 SF라고 말해도 되겠지. 이 책도 햇볕이 귀하게 된 원인이 기후 위기 때문인지 아직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햇볕을 매우 귀중한 존재로 여기는 상황이다.


14쪽 저 부분을 읽으며 주근깨가 콤플렉스라 몇 번이나 지우기 위해 시술한 친구가 생각났다. 유독 얼굴이 흰 친구는 중학교 동창이다. 주근깨가 있고 멜라토닌 색소 양 때문인지 갈색보다도 연한 붉으면서 노란빛을 내는 머리카락을 가졌다. 나의 학창 시절에는 두발 자유가 아니었기 때문에 머리를 기를 수 없었지만, 두발 자유였다면 표지에 나오는 딱 이런 외모가 아니었을까. 이 친구에게 이 책을 알려주고 싶다. 주근깨는 햇볕을 많이 받은 상징이라 오히려 그리거나 문신을 하는 시대 이야기를 한다면 친구는 얼마나 기분 좋을까. 지금 친구는 주근깨가 점점 진해지는 딸을 보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데 말이다.


동시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등산하러 갈 때 선크림이며, 선글라스, 창 넓은 모자까지 그야말로 햇볕을 방어하기 위해 무장한다. 자연이 좋아 산에 가면서 햇볕을 극도로 받지 않기 위한 외모에 외국인들이 재미있어한다는데, 나중에 점점 귀해지는 햇볕이라면 누릴 수 있을 때 맘껏 누려야 하지 않을까. 일기예보에서 오존 농도를 알려주며 낮 시간 야외 활동을 피하라고 일러주는 시간 외에 광합성하며 걸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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