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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May 10. 2024

보석함

�️ 스틸 라이프(靜物畵) 010. 보석함, 답장


코너스툴님께 받은 <보석함> 편지에 대한 짧은 답장입니다. 편지는 유로 서비스기 때문에 전문을 인용할 수 없는 점 이해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코너스툴님

어제까지만 해도 선선한 날씨가 오늘은 1도 1도 올라감을 시간별로 느껴지는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코너스툴님이 계시는 곳은 어떤가요? 지금의 부산이 생각나지 않으신지요(코너스툴님은 몇 년 전 부산에서 생활하셨다). 메일함에 코너스툴 님 편지가 담긴 순간 오늘은 어떤 소재일지 가늠해 봅니다. 매번 예상과 다른 소재라 이제 어떤 상상도 안 하려고 하지만, 사람인지라 보낸 이 코너스툴을 보면 나도 모르게 궁금해하며 유추를 해봅니다. 이번 주 편지는 <보석함>이네요. 내가 떠올리는 갈색의 보석함일까 하며 편지를 열어봤습니다.


코너스툴 님의 보석함이 약통이라니요. 깜찍한 발상 아닌가요? 저는 보석함이 있지만 없습니다. 이 문장에 예상하시겠지만,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보석함을 고이 자리만 차지한 채 어느 한 구석에 놓여 있지요. 소중한 사람에게 받은 보석함이라 버리지는 못 하지만, 보석이나 액세서리에 관심이 없어서 넣어놓을 물건이 없네요. 고등학교 때 청소년 문화센터 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당시 대학생이거나 대학 졸업생들이 동아리를 이끌어주셨어요. 그때 인연이 된 언니는 아직도 꾸준히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실은 연락하는 정도를 넘어 제 인생의 방향이나 가치관에 영향을 준 사람입니다. 동네 마을도서관에 발을 담그게 했고, 거기로부터 10년 이상 저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죠. 언니는… 도서관 관장직을 내려놓고 서울로 갔지만 말이에요.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언니에게 저는 결혼 소식을 전했어요. 일이 있어 결혼식 참석은 어려울 것 같다고 하며 밥을 같이 먹자고 하더라고요. 밥을 다 먹고 자그마한 선물을 내미는데 오르골이 되는 갈색 타원형 보석함이었습니다. 동생들과 같은 공간을 쓰고 물건을 같이 쓰는 저로서는 제 물건의 의미가 크게 없습니다. 그런 저에게 보석함이란 생소하기도 했지만, 고귀한 물건으로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보석함이라고 하면 드라마에서 화장대에 놓아두고 쓰는 물건이니까요.


저는 문구덕후입니다. 새 연필이나 볼펜, 만년필을 사놓기만 하고 잘 못 써요. 저는 물건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닌가 봐요. 몇 년 전 받은 블랙윙 연필을 아직 깍지도 못하고 있고요, 작년 흑심에서 사 온 연필도 그대로 모셔두었어요. 마찬가지로 보석함도 넣을 액세서리가 없기도 했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막상 쓰지 않고 모셔 두기만 하더라고요. 결혼한 지 15년 이상 지나도록 사용하지 않고 있으면 버릴 만도 한데 대청소할 때마다 보석함 위에 쌓인 먼지를 닦으며 다시 제자리에 놓아둡니다. 먼지를 닦으며 언니와 만나 밥 먹었던 식당과 나누었던 어렴풋한 대화를 떠올리지요. 그것이 추억인지 모르겠지만, 쉽사리 버리지 못하겠네요.


지난주 집게핀과 이번 주 보석함으로 저의 지난 시절을 추억해 봤습니다.

다음 편지는 또 어떤 추억을 꺼내는 시간을 마주할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막바지 봄햇살 만끽하세요.


2024. 05. 10

안녕, 테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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