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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치곱슬
Feb 22. 2024
8. 암사동 효정중앙교회
엄마는 내가 10살쯤 옆집 아줌마를 통해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교회를 다니며 당신을 괴롭히던 우울증상이 호전되었고
신앙을 키워온 엄마는 우리 가족을 열성적으로 전도했다.
얼마 후 우리 가족은 갑자기[?] 기독교 집안이 되었는데,
우리 집에서 엄마의 말은 곧 법이다.
집행자는 아버지이시고...
[3편 '우울증 엄마와 추앙하는 아버지' 참고요망]
그렇게 우리 가족은 암사동에 있는 '효정중앙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내분으로 현재는 다른 교회로 바뀜
신앙의 정통과 금욕적 순결 유지를 표방하는 보수 장로회 교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상 문화'를 터부시 하고 세상 즐거움은 땅의 것[세속]이므로 우리는 순결하게 천국에 소망을 두고 살아야 한다고 가르침을 받았다.
신도들은 서로 도와가며 신앙을 권면하고
주일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을 본인 집에서 밥까지 먹여가며 돌봐주었다. [황영란 선생님...]
내가 소속된 중고등부 학생회는 선후배 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여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노력하며
선배는 사랑을 후배는 존경을
보이는 참 이상적인 집단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중고등학생이었지만
당시 우리는 꽤 심각하고 진지했던 것 같다. ]
학교가 어두운 곳이라면 교회는 밝은 곳이다.
학교에서 따돌림받던 나에게 교회는 유일한 피난처였다.
엄마가 그러했듯 신앙생활이 자기혐오에 빠진 날 지탱해 주었고
스스로의 결정을 부정하며
내 삶의 모든 주도권을 신에게
내어
바쳤다.
나의 좌절과 욕망을 '초월자'에게 떠넘긴 채
더욱더 지독히 내세적 신앙에 경도되어 이제 내 구원은 교회에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와도 깊은 대화를 하지 않고 스스로 고립되어 오직 교회 예배와 기도에만 집중했다.
내 정체가 드러날까 무섭고 여기서도 놀림과 무시를 당하면 나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다.
반드시 나는 내 살길을 모색해야만 했다.
학생회 예배에는 '싱어롱'이란
찬양 시간이 있었는데
뇌성마비 시인인 송명희 님의 곡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됐다.
나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다 없지만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선배들은 신앙생활
은
열심히지만 교제에는 소극적인 나를 보고 매우 안타까워했다.
- 곱슬아~ 예배 마치고 우리 조별 모임 할 건데 같이 하자!
- 죄송해요... 가 볼 데가 있어서...
- 음 그래, 그럼 다음에는 꼭 같이 하는 거다? 형이 맛있는 것도 사줄게^^
예배가
끝나면
누가
내게
말을
붙일까
무서워
바로
집으로
도망치곤 했으니....
비록 몸이 교회를 떠나고 있지만 마음은 그대로 교회에 남아 서로 교제를 나누며 행복해하는 그들을 훔쳐보고 있었다.
나 혼자만 외딴섬에 유리되어 고독을 감수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들은 날 원하고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진심으로 말이다.
또 다른 선배는 진심 어린 쓴소리를 하며 채근하기도..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권면해 준 선배들은
어두운 곳에 혼자 있지 말고 얼른 이쪽 세계로 건너오라고 손짓했다.
하지만 이 모양 이 꼴로 어찌 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난 도저히 그들에게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밝음에서는 희미한 어둠도 잘 들키기에
스스로 내 어둠을 차일로 꽁꽁 둘러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아마
이 차일을 평생 벗지
못하겠지
자기혐오의 고통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나에게 잔인하고 몰인정한 메시지를 보낸다.
그냥 널 숨기고 아무것도 하지 마!!
괜히 한 발짝이라도 나왔다간 날 위로하고 권면하던 목소리가 날 놀리고 비웃는 목소리로 바뀔 테니까...
그렇게 나를 숨겨주던 그 차일은 내게 겨우 비집고 들어오려던 밝은 빛도 야속하게 튕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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