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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치욱 Sep 25. 2022

내가 맡은 작품 #1 <청춘 선거>

[기본 정보]

제목: 청춘 선거(Vote Young Ones)

감독: 민환기

출연: 고은영, 윤경미, 오수경 외

제작: 오프램프

배급: 아이 엠(eye m)

상영시간: 99분

장르: 판타스틱 청춘 다큐

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21년 6월 17일


[시놉시스]

제주 최초 여성 도지사에 출마한 만 32세 고은영.

바꾸고 싶어서, 바뀌고 싶어서 선거에 뛰어든 사람들.

맨땅에 헤딩하면 어떤가. 맨날 후달리면 어떤가.

‘청춘’을 유일한 ‘선거전략’으로 삼았다?

무모하지만 판타스틱했던 청춘들이 온다


판타스틱 청.춘.박.두.






입사하고 처음 맡은 작품이 진보정치를 소재로 한 영화여서 무척 공교롭다고 느꼈다. 이전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으로서 첫 직장의 입사가 5월로 확정된 것을 기념으로 입사하기 이틀 전인 5월 1일 노동절에 진보정당에 가입했더랬다. 비록 <청춘 선거>는 내가 속한 진보정당이 아닌 녹색당의 이야기지만 심리적 거리감이 매우 가깝게 느껴졌고, 내게 이 작품이 주어진 것이 어떤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업무가 아직 눈에 익지도 않은 상황에서 처음으로 내가 한 영화의 홍보마케팅 업무를 온전히 도맡게 되다 보니 솔직히 어떻게 업무가 진행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경황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영화의 크레딧에 내 이름을 등록할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이 영화를 통해 처음 크레딧을 등록하는 것이니 영화진흥위원회 데이터베이스에 신규 등록을 진행하면 되었는데, 그게 뭔지도 몰라서 신규 등록을 진행하지 못하고 넘겨버렸다. 영화진흥위원회 데이터베이스의 영화인 검색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필모그래피 정보에서 <청춘 선거>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이런 정도이고 이 작품의 업무를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당연히 너무 많아서 잘했던 점의 여집합을 하는 편이 빠를 것이다. 그래서(?) 되레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을 꼽아본다면 내가 정치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보도자료 등의 글자료 작성에서는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2018년 지방선거에 제주도지사로 출마한 고은영 녹색당 후보를 중심으로 제주녹색당의 지방선거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해당 선거에서 녹색당이 중점적으로 꼽은 이슈이자 영화의 이해를 돕는 핵심 키워드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이었다.


이 이슈를 내가 먼저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 영화에 대한 글자료를 작성하기 위해 제주 제2공항과 관련된 찬반양론과 여론추이 등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파악한 내용이 제법 방대해져서 이를 요약해서 글로 정리하는 일에도 제법 공을 들였다. 그밖에도 외부인을 대하는 제주도만의 독특한 문화인 '괸당' 등 지방선거에 작용한 제주도의 문화를 글자료를 통해 설명하기 위해서 배경지식을 쌓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했다. 배경지식을 쌓기 위한 노력도 정치/사회에 대한 관심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보다 수월했으리라 짐작한다. (여담으로 환경부의 반대와 제주도민들의 팽팽한 찬반대립으로 인해 제주 제2공항 건설은 백지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로 연임에 성공한 원희룡 전 지사가 2022년 정권교체와 함께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제주 제2공항 건설이 재추진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영화를 맡으면서 나는 영화의 주인공, 고은영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당시 원외정당 소속의 정치신인 고은영의 영화 속 모습은 자주 흔들린다는 것이었다. 거리유세 등 외부에는 시종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TV 토론회에서 당당한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며 거대양당 후보들의 기선제압에 성공하는 등 통쾌한 한방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는 그의 떨리는 목소리와 자신감 부족에서 나오는 푸념 등 선거 당시 비하인드를 여과 없이 담았다. 제주 최초로 여성 청년 도지사에 도전한 소수정당의 정치신인이 평소 모습마저 의연하다면 그게 오히려 비현실적일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고은영의, 수많은 현실의 장벽에 부딪힌 여성 청년 정치인의 인간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녹색당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선거를 이끈 고은영은 이후 정치를 은퇴하고 자연인 고은영이 되었다. 그런 그를 실제로 만나게 된 것은 영화의 개봉 전 언론 시사회 때였다. 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선거 당시 TV 토론회에서 보여준 당당함 그대로였고, 마음의 무거운 짐을 덜어낸 때문인지 경쾌한 분위기를 발산했다. 숏컷에 보라색으로 염색한 머리가 참 잘 어울리고 멋있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기자간담회에서 그가 했던 이야기가 모두 좋았지만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타인을 믿기 힘든 시대지만,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팀이 중요하고, 누군가를 신뢰하는 경험을 하면 더 좋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믿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했던 발언이 참 좋아서 시사회 후기 보도자료에도 인용했다. 그가 치뤄낸 두 번의 선거에서 신뢰할 수 있는 타인이 조금 더 많았더라면, 계속 정치행보를 이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덧없는 가정을 해보았다.


영화가 개봉했던 2021년 6월은 헌정 사상 최초로 0선의 30대 당대표가 탄생했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고은영에 대한 매체의 인터뷰 신청이 팬데믹 시기에, 다큐멘터리 영화의 출연자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제주에 거주하는 고은영이 잠시 짬을 내어 서울에서 진행한 인터뷰들은 개봉일 전후에 기사로 보도되었고, 인터뷰 기사에서는 고은영의 근황과 청년정치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청년정치인에게 건네는 격려가 담겼다. 좋은 말들이 쉽게 휘발되는 것이 아까워서 <청춘 선거>의 마지막 보도자료는 고은영의 인터뷰 기사를 갈무리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극소수가 청년정치인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는 게 안타깝다며 청년정치인의 저변이 더 넓어져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더불어 청년정치인이 조직의 내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는 유연함과 연대의식을 가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 인터뷰가 있은지 한 해가 지난 2022년 청년정치의 현실은 고은영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만다.




사실 <청춘 선거>를 지금 바라본다면 느껴지는 지점이 더 많은 영화였을 것 같다. 영화를 맡았던 당시에 비해 스스로 진보정당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대표님의 리드 덕분에 홍보마케팅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진행할 수 있었지만 지금 맡게 된다면 또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나고 나서 얻게 되는 피드백을 그 영화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아쉬움이자 당시에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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