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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의 마루 Oct 05. 2022

복과 덕이 많은 중개

중개를 할수록 복과 덕을 나눌 수 있기를

  


“이 노트북, 새로 샀어요?”

사무실에 놀러 온 부동산 대표님이 제게 물었습니다. “네! 저에게 주는 선물로 하나 샀어요.” 저는 쑥스러웠지만 내심 기쁘게 대답했습니다.

중개업자로서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선물 주기를 통해 자존감을 챙기기도 합니다.

상의 의미는 좋은 결과에 대한 칭찬이며 더욱 힘내라는 의미도 있죠. 그러면 다음을 기약하며 더 열심히 임하게 되지요.

또한, 어려운 계약을 하고 나면 피곤하고 쉬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계약할 때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대처를 잘못해서 실수했거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계약을 하면, 이 일을 왜 하나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지친 자신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고 싶어서 저를 위한 칭찬선물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한동안 칭찬선물은 사무실에 필요한 집기교체하기였습니다.


처음 개업한 사무실은 집기가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집기를 살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사무실을 이전 개업할  때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쓸만한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 둘 계약이 성사되고나서는, 원하는 집기로 교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조명, 다음은 간판, 그다음은 PC 이런 식으로 살림 장만하듯 하나씩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집기를 하나씩 교체하니 물건 하나하나에 계약에 관한 이야기가 담기고 애착도 생겼습니다.      


저는 이것을 목표 달성을 위한 의도적인 결핍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표가 생겼을 때 도전하려는 욕구가 생기도록 말입니다.


또한,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는 힘들어도 해결하면서 중개의 범위를 점차 확장해가는 자세도 공인중개사에게 필요한 덕목인 것 같습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공인중개사무소를 복덕방이라고 불렀습니다. 잠시 복덕방의 유래를 살펴보고 갈까 합니다.


복덕방이란 ‘생기복덕(生氣福德)(정의:그날의 운수를 알아보는 방법의 하나. 일진(日辰)과 나이를 팔괘(八卦)에 배정하여 상·중·하 세 효(爻)의 변화로써 운수를 본다.

 이것은 제관 선정의 기준이 된다. 출처:한국민속신앙사전)’


이란 말에서 연휴 된 것으로, 집과 토지를 풍수지리에 근거하여 잘 중개하여 줌으로써 거래 당사자에게 큰 복과 덕이 일게 한다는데 근거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즉, 중개는 사람들에게 복과 덕이 들어오게 하는 곳으로 안내하는 직업이라는 뜻이겠죠. 그래서 저는 중개업을 제대로 한다면 정말 보람있는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중개할수록 복과 덕을 나눠주는 일이 쌓이는 직업이니 말입니다.


복을 얘기하다 보니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중개한 집에서 경사스러운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오래된 다가구형 원룸 건물이었습니다.

한번은 미혼인 1인 가구가 이사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좋은 분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며 이사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건물의 다른 호에는 고시생이 살았는데 고시에 합격하는 경사가 있었습니다. 그 호에 살던 고시생 세입자는 집의 기운이 좋다며 살던 집을 사촌에게 소개해서 다시 임차했습니다.


또 다른 호에는 취업준비생이 살았는데 이사 온 지 3개월이 안 되어 취업이 되어 바로 다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집을 다시 중개하느라 힘은 들었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임대인도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이사 나간다고 하니 말씀은 귀찮다고 하셨지만,그래도 임차인이 좋은 일로 이사를 하니 아주 싫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다가구주택이 조금 낡았어도, 임대인이 임대를 의뢰하면 기분 좋게 물건을 접수합니다. 그리고 집 보러오는 손님에게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이 집은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기운이 좋은 집이라고 선택하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런 집을 중개할 때는 정말 복과 덕을 안내하는 일이 맞는 것 같습니다.


중개보수를 다른 말로 ‘복비(福費)’라고 하는 분이 지금도 많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복을 빌어주고 받는 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개보수라는 단어보다는 복비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아서 그냥 씁니다. 그러고 보니 ‘복덕방과 복비’는 같이 불러야 좋을 것 같네요. 좋은 이름을 놔두고 부동산이라는 다소 차가운 느낌의 단어로 바꾸어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점점 좋은 이름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아무튼, 저는 직업적으로 수익을 위해서도 중개하지만, 공인중개사인 저를 통해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에서 중개에는 두 가지 의미가 존재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중개업자의 수익과 손님의 (發福)입니다. 요즘은 거래가 절벽 수준이지만  빠른시간내에 분위기가 반전되어 기분 좋은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복과 덕이 많은 중개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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