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를 읽으며

by 평화

시를 썼다며 내민 너의 문장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있었다

반년도 사귀지 않고 헤어진
남자친구가 그리우면 바보냐고 묻는 너에게
사실 엄마도 그런 적이 있다고
너에게 고백했었지

언제 이렇게 컸을까
사춘기 소녀의 감성이
이토록 깊을 줄은 몰랐어.
너의 절절한 이별 이야기가
낯설고도 신기해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아장아장 걷던 시절엔
내가 보여준 세상이
너의 전부였는데,
이젠 너의 우주 안에서
너만의 이야기로
세상이 채워지고 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차렸지 뭐야
어쩌면
엄마는 네가 계속
내 품 안에 있길 바랐을지도 몰라

하지만 언제나처럼
너는 너답게, 예쁘게,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던 거야
나는 잊고 있었어
네가 내 세상보다
훨씬 빛나고 단단한 걸로
스스로를 채워가고 있다는 걸

이제는 너만의 날개짓으로
더 멀리,
더 찬란하게 날아가길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새로운 풍경을
가슴 가득 품고 살아가길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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