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닿을 듯 길게 뻗은 전나무 숲길 따라
한 걸음 두 걸음 옮기며
세상살이 힘들다 한숨 쉬었던 시간을
위로받는다
수많은 발길을 보듬어
오고 가는 길 무탈하옵소서
기도로 부친 인사
천 년을 쌓아
메아리쳐 돌아온다
깨달음 없는 푸념들을
월정사 위엄 앞에 내려놓으며
고개를 숙이고 숙연해지는 시간
나지막이 들려오는 염불 소리
코끝에 걸리는 향냄새
내려놓자 벗어버리자
욕심 그리고 상념
게워내듯, 눈물로 읊조리는 기도
나무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다 들었겠지
다 보았겠지
돌아 내려가는 길
천 년 동안 간직했던 나무의 기도가
인사가 되어 내게 속삭인다
무탈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