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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daum Jan 29. 2022

어른이 된다는 건,

CHAPTER   3.  남은 사람들

3️⃣ 나이답게 책임지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성장기


아버지를 고향 땅 포항 선산에 모시고  집에 돌아왔다.

엄마는 온몸에 기가 빠진듯한  몸으로 한동안 흐느껴 우셨고 가끔 혼잣말을 하셨다.

"누워있어 살아만 있어달라고, 그렇게 빌었건만., 죽어도 이승이 났다는데.. 니 아버지 그렇게 고생하다 가서.. 불쌍해서 어쩌냐.."

너무 곱던 엄마가 점점 늙어가는 게 보였다.


시간이 약이라고 누가 얘기했는가

정말 맞는 말이다.

안 끝날 것 같던 시간들이 흘러 달이 바뀌고  차츰 무뎌지고 있었다.

산 사람은 다 산다~라는 말도 정말 맞는 말이다.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나시고 그 해 8월 ,

나는 둘째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다.

3.22kg  건강한 남자아이였다.

누나와 다르게 잘자고 잘먹던 둘째


같은 해, 친정 오빠네 둘째도 태어났다.


2009년   우리는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우리 집에는 

두 생명이 찾아왔다.  아기들 울음소리와 첫째 아이들 웃음소리로 다시 예전처럼 활기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에서 조금씩 .. 아주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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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가 4살 무렵,

나는 어린이집에 복직하였다.

몇 년을 두 아이 키우느라 반백수 생활을 하였다가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땐  얼마나 신나던지,  그러나 신났던 마음은 잠깐이고  캄캄해진 저녁 어린이집 차량에서 내리는 둘째를 받을 땐.. 미안함 가득이었다.

내 새끼 종일반 밀어 넣고 나는 다른 집 아이를 봐주고 있었구나.. 싶은 것이 이게 맞나? 잘하고 있는 걸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아직 한창 손이 갈 수밖에 없는 나이였다.  (당시 첫째 아이는 하교후, 내가 근무하는 어린이집에 함께 있었다. 종일반 어린 아이들을 함께 돌보며)


모든 직장맘들이 그렇듯 나도 아침에는 아이들 등교. 등원시키고 직장으로 출근해서 6시까지 근무하고, 퇴근 후 아이들 씻기고 저녁 먹이고 , 놀아주고, 집안일하고..

반복 일상이 1년 넘게 이어졌다.

누나 머리칼을 한움큼 뽑았다..혼날만 했다

아이들과 트러블이 생길때마다 나는 좋은 엄마가 맞을까,

잘하고 있나,  자책하고 성장하고를 반복하였다.


그렇게  누구나 겪지만, 숨쉬기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


첫째 아이  하교시간인데 아이는 오지 않고  전화벨이 울렸다.

초등학교 보건실 선생님 전화였다.


"다현이 어머님  안녕하세요. 다현이가 좀 다쳤어요. 병원에 데리고 가셔야 할 것 같아서 연락드렸어요. "


놀란 나는 학교로 달려갔고 나를 보고 울음이 터진 아이를 끌어안았다.

자기 몸보다  큰 핑크 가방을 등에 메단 채 모래와 돌바닥에 넘어져 한쪽 얼굴은 엉망으로 쓸렸고 이빨은 부러져있는 참담한 모습이었다.


꺼이꺼이 울며 "엄마~~~ 으앙~  아파~"   말하는 아이


엄마인 나는 아이 앞에서 놀라거나 당황한 기색을 보여선 안되었다. 침착하게 아이를 진정시키고  다친 곳을 살핀 후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았다.


사실 나도 손이 떨릴 정도로 놀라고 마음 아팠다.

혼자 하교하다 친구들과 뒤엉켜 넘어진 아이를 생각하면 나는 또 한 번 엄마로서 미안하고 미안했다.

다 내 잘못 같았다.

얼굴 반쪽에 커다란 상처가 생긴 딸의 얼굴에 행여 작은 흠집이라도 날까 싶어 매일 수시로 습윤밴드를 갈아주며 관리했다.

작은 상처라도 남는다면.. 평생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깨진 이는 아쉽게 살릴 수는 없었고  대신 감쪽같은 시술로 처리해주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자라고 나 또한 단단한 엄마로서 자라나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좌충우돌 시간들 속에 동갑내기 남편이 늘 응원해주었다.

자책하지 말라고, 잘하고 있다고, 잘못 아니라고,

그 시절 퇴근 후, 둘이서 소주 한잔에 그날의 이야기 안주삼아 먹는 시간이 세상 제일 즐거운 한때였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어쨌든 우리 삼 남매는 그렇게 엄마와 세상에 남겨져   각자의 가정에서 알콩달콩 좌충우돌 살아내고 있었다.

오빠네 두 아들들과  나의 아이들 웃음소리로 친정엄마는  정신없는 시간들을 함께 웃으며 보내었다.


똑소리 나는 엘리트 언니는 알아서 너무 잘 살아주고 있었고

착한 오빠는 착한 올케언니와  잘 살아주고 있었고

(이 기회에 올케언니에게 진심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고개숙여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삼 남매 중 막내딸인 나는  또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한 번의 이사를 더 하게 된다.

다시 엄마 곁을 떠나게 되었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 것처럼 엄마도 많이 단단해져 계셨다.

(용인 수지에서 일산까지 남편의 출근길이 너무 고되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의 생활이 펼쳐지게 된다.

.

.

CHAPTER   3. 원더우먼 엄마


다음 이야기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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