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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녕 Jan 05. 2021

#6. 어쩌면 N번 째 인생

:: 종교는 없지만 신은 믿는 인생이여 ::

영감님이 오셨네


사람들이 가끔 어떤 생각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지, 그 영감은 어디서 인사이트를 얻어오는지 종종 물으시는 분들이 있었다. 혼자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어느새 소통이 되지 않은 자기 만의 사고에 갇히기 쉬운데, 사람들과의 대화나 소통으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 좀 더 넓은 사고를 가질 수 있어 평소에는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영감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것을 보고 읽고 생각하는 경험에 의한 것도 표현하곤 하는데 번뜻 떠오르는 아이디어, 그리고 갑자기 생각나는 스토리와 사고방식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대체로 그림이나 글을   이런 영감을 느끼곤 한다. 자주 오면 좋겠지만 가끔 오는 편이라 갑자기 띵하고 무언가 떠오를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



보이지 않는 세계


지난 번 돈과 관련해서 이야기할 때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내용을 언급한 적 있다. 돈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먹고, 마시고, 숨 쉬는 이 공간 외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는가? 나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경험을 어릴 때부터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딱히 '신'적이고 영감을 받는다고 하기에는 지독히도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N번 째 인생이지만, 가끔은 지금 이렇게 누리고 있는 나의 혜택들이 오롯이 나의 힘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 있었다.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실천하고 타이밍이 딱딱 잘 맞게 떨어지는 일들이 자연스럽고 스무스하게 정리되는 일을 겪어 본 적 있다. 그리고 찾아온 무언의 안정감.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는 내 삶에 대해 감사함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한 때는 중학교 수련회였다. 그 이후로 나를 따라다니는 사람의 형체의 그림자가 있었다. 매일 보이는 건 아니고, 가끔씩 내 눈에 한 번씩 보였다는 것. 그리고 정확한 형태는 아니었지만 사람의 형체였고 그림자처럼 짙었다. 처음엔 무서웠는데 갈수록 무섭기보다는 그냥 신기했다. 누군가는 내 말을 듣고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수호신이 아니냐고 묻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그분은 수호신인 것 같았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딱히 사고가 난 것도 아니었고, 큰일이 생긴 건 아니었지만 현재 살아온 것 중 가장 힘들었던 내 10대에 지켜주고 싶으셨던 무엇인가 있었지 않았을까. 살면서 10대에 정신적으로 가장 괴로웠던 시기 었는데, 실제로 사주나 점을 보러 갔을 때에도 10대, 초년기에 굉장히 힘들었지 않냐고 다들 물으셨다. 너무 신기했다. 또한 어딜 가도 듣던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더 잘 살 수 있다’는 팔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어릴 때부터 나는 고향을 떠나서 상경하고 싶다는 말도 많이 했었다. 이것 또한 내 삶이 자연스럽게 잘 살아가기 위한 생각으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힘들었던 10대의 시절이 지났고, 20살이 된 무렵 10대 때 느꼈던 막막함 보다는 그냥 시도하게 되고 시도했더니 쌓이고 쌓여 내 능력이 되었다. 그냥 그렇게 해야겠다고 마음이 자연스럽게 먹어졌고, 실제로 그 마음먹은 일들을 해내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주변에서 도와주신 분들도 많이 만났고, 함께 있을 때 더 행복하고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내 곁에 있게 되었다. 사람 보는 눈이 길러진 건지, 아니면 누군가가 나를 위해 좋은 사람만 데려다 놓는 건지. 신기하게도 지금 내 주변에는 좋으신 분들로 가득하다. 이 모든 게 나의 능력이 아니라면, 아니 나의 능력이 아닐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손을 내밀어준 보이진 않지만 늘 언제나 곁에서 지켜봐 주고 있는 나만의 신. 특정한 종교는 있는 편이 아니지만, 신은 있다고 믿고 있는 인생이다.


기독교 친구에게 나의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네가 믿는 그 신이 너를 너무 사랑하는게 아닐까."라고 말한 것이 인상이 깊었다.



결국 하나의 이치


우리 집안은 내가 어릴 적부터 양가 모두 불교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기독교의 문화보다는 주말에 가끔씩 절에 가곤 했다. 대부분 절의 위치가 산 쪽이라 공기도 좋았고 산책 겸 자주 갔던 것 같다. 종교에 대한 믿음보다는 종교에서 말하는 세상의 이치가 나에게 와 닿았다.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효, 생명존중 사상, 그리고 인과 연. 기독교에서도 미워지말고 서로를 사랑할 것. 하나님이 맺어준 사랑 (부부의 연). 이해하며 존중할 것을 말씀하시는 것을 자주 들었다. 살아가는데 당연한 것들이 생각해보면 마음먹고 실천하기가 매우 어려웠고 나는 인간이 성악설이라고 믿는 편인데, 이러한 인간의 습성으로 신이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각자의 방식과 언어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결국 불교든 기독교든 이슬람교든, 하나의 신. 자신만의 신을 믿고 세상의 이치에 살아가는데 감사함을 섬길 줄 아는 각자의 방식이지 않을까. 결국 신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각 세계에 신이 다른 모습으로 보일 뿐.


어릴 때 누군가가 그랬다. 신은 하나인데 모든 사람을 돌볼 수 없어 엄마라는 사람을 보냈다고.




신께 감사한 일이 있다면,
좋아했던 좋아하는 좋아할
모든 이들의 건강을 지켜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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