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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實費] : 이윤 따위를 뺀, 실제로 드는 비용
온종일 파도와 바람에 맞서느라
지치고 허기진 어부들에게
실비집은
생존을 위한 한 끼의 식량이었고
고단함을 달래는 넉넉한 술과 안주였고
마음까지 데워주는 소박한 유희였다
주머니 사정 고약한 청춘들에게도
실비집은
정성 가득한 어머니의
밥이었고 안주였고 사랑이었다
소주 한 잔에 담배 한 모금 곁들인
젊음의 낭만이었다
멀리서 찾아온 벗들에게도
실비집은
고향의 맛과 소리와 냄새에
어릴 적 향수까지
단번에 추억하는 고마운 쉼터였다
그렇게 실비집은
바닷가마을 사람들에게
현재와 과거가 녹아든
희로애락의 광장이었다
그 바닷가 광장도, 이제는
시절의 영욕에 휘둘려
저물고 있다